오호통재의 천추의 한이렸다.
급기야 진보가 침묵의 보수를 이겨냈다.

회색빛 세밑연말, 일탈과 아노미에 휩싸인 충격과 상실감에 한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을듯 싶다.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란 전대미문의 비애 또한 쉽사리 아물지 못할것 같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 온 백의민족이 아니던가.
국가수반 최고 통치자의 탄핵이 국회의원 234표로 가결되던 치욕의 12월9일.

단두대보다 더 강한 의사봉이 탄핵가결을 알리던 순간, 우리의 낯부끄러운 자화상은 망나니가 연상되는 슬픔에 목을 옥죈다.

축제의 한마당인양 난장으로 치장되는 국회앞 광장은 장성곡 울림으로 메아리치며, 고막이 터지라 노래하는 자, 그들은 누구인가.

두눈시리도록 아름다운 강산과 순진무구한 인의예지는 온데간데 없이 고결한 숨결이 단죄로 밀려들며 잠못드는 이유이다.

대국민의 대의기관 국회의 여야 당수는 동일 표현, 다른 뜻으로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 자평한다.

물론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남아있지만, 한동안 상실감의 자아혼미를 어루만져줄 대반전은 없으련지.

진정, 후대로부터 부끄럽지 않을 솔로몬 지혜와 다시 일어설 5천만의 희망찬가를 그저 숨죽여 희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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