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먼발치로 바라보이는 경기 파주시 덕천리 소재 해발 500여m 파평산이 골프장 건립으로 자연훼손은 물론 채석장에서 반출된 토석과 폐아스콘이 뒤섞인채 빗물에 방치되고 있다.>

천혜의 포란형 구릉지와 문화재 시굴조사를 앞둔 사적지가 골프장 추진에 따른 자연림 훼손과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25만여 평에 이르는 골프장 부지 내 채석장과 레미콘 가동으로 양질의 암반이 채굴되며 사료가치가 높은 파평산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문제의 골프장 건립지는 비무장지대(DMZ)와 지근거리에 있는 경기 파주시 파평면 덕천리 산 1-4번지로 조성부지는 무려 754.08㎡에 이른다.

인근에는 역사적인 파산서원과 화석정은 물론 육군 56××, 72××, 81××부대 등이 주둔해 있으나 덤프트럭과 공사장을 드나드는 대형차량 통행으로 환경의식은 아예 실종된 형국이다.

해발 500여 m에 달하는 덕천리 소재 파평산에 자리한 골프장 부지는 그린레미콘과 아스콘 공장을 포함한 채석장까지 가동 중으로 수년째 산지와 자연산림이 흉물스레 사라졌다.

투모로그룹의 국일호 회장은 앞서 2005년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며 “버려진 돌산에 골프장을 만든다고 했을때 모든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후문은 신의성실에 반하는 곱지않은 혹자들의 지탄이다.

국 회장은 당시 “우리가 일상으로 여기는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으면 안된다”고 피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친환경 레저시설의 비전을 내비췄다.

그러나 현지 채석장을 빠져나오는 곳곳은 세륜시설 조차 생색내기에 그쳐 공사장 초입의 농작물은 눈으로도 확연히 드러나는 비산먼지와 분진으로 뒤덮여 있다.

심지어 1홀 예정지로 알려진 둔덕에는 채석장의 토석과 폐아스콘이 빗물에 방치된채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중견업체로 손꼽히는 (주)투모로건설(www.tomorrowgroup.co.kr,대표 김형선)이 추진중인 18홀 골프장은 기존 채석장과 레미콘 사업장의 정지작업이 마무리되는 올 12월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추진중이다.

이뿐아니라, 기반조성지와 채석장에는 석산개발로 인한 20,30년생 수목이 처참하게 쓰러져 널부러 있으며, 굴착기와 덤프트럭의 통행으로 토석에 묻혀 있다.

전체 건립지 서편의 정상부에는 문화재청의 지표조사에 이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중으로 1,000여 평이 예정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거명을 꺼리는 향토사학자는 파평면과 적성면 일대의 경우 선사시대 유적지가 매장돼 학술적 가치 또한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파주지역 환경NGO의 한 간부는 “미연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친후 레저시설 등 제반 공사가 추진돼야 타당하나, 섣부른 시행사의 사업추진으로 사료가치가 충분한 파평산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의 산’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미 사라진 울창한 산림이며, 부가가치가 높은 풍광을 무참히 짓밟은 업체의 처사는 지역주민과 미래발전을 저버린 몰염치한 난개발”이라고 개탄했다.

아찔한 암벽 바로 밑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침사지가 형성된 반면, 시행사는 전량 재활용을 계획한다지만, 담수량만도 1만여 톤을 가늠한다.

파평산 중앙부위를 잘라낸 급경사 지대는 잔디와 싸리 씨앗을 뿌리고 잣나무와 적절한 나무식생으로 산림복원을 꾀하고 있으나 암벽으로 이뤄진 절개지는 흉물로 둔갑했다.

골프장 내 역시 미니 연못을 인공적으로 가꿔 창포 등 수생식물을 심고 주변에는 참나무와 600여 그루 굴취 수종을 다시 옮겨 자연림을 복원한다는 계획은 설득력이 미흡하다.

이와 관련, 투모로건설 윤재천 전무는 “내년 말께 골프장 공사가 종결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20명에서 50여 명까지 이곳 주민을 채용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윤 전무는 이어 “잔디를 가꾸거나 복토작업 등 주민들의 고용을 창출해 낙후된 지역발전과 환경친화적인 레저시설 운용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20여명 관리직과 50여명의 캐디를 포함한 적재적소를 만들어 이웃 주민을 우선 채용하는 효율적인 경영을 가미하겠다는 그의 부연이다.

파평면사무소의 김모 씨는 “골프장 건립지는 국방부 예하 군과의 협의지역으로 알고 있다”면서“최종 골프장이 완공되면 지역주민을 위한 배려는 허드렛일 등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일각의 희망찬가를 불식했다.

그는 특히 현지까지 오갈 셔틀버스를 투입하면 침체된 농민들의 사기저하와 벽오지 생활을 되살리는 계기로 여겨지나 기대이상은 기우라며 손사래를 쳤다.

상당수 주민들 또한 “향토의 지역 여건을 되살려 ‘장단콩축제’와 더덕특산품 출하, 장파리의 매운탕, 우렁이농법으로 생산한‘임진강쌀’ 등을 내다파는 원시적 거래에 다소나마 촉매제 역할을 기대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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