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교단 호소에 정부 사법기관 종교계 ‘묵묵부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는 이날 걷기대회에 이어 '강제개종금지 규탄대회' 성명서를 낭독했다>

10만여명,“종교차별은 헌법 정신 위배”
개종강요 과정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데다 인권이 무참히 짓밟힌 정황에 대해 종교NGO의 대책촉구 걷기대회가 요원의 들불처럼 번졌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는 4일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7개 도시에서 강제 개종과 이를 사주하는 개종목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걷기대회를 진행했다.

특히,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부산지부는 기독교방송 CBS 앞에서 서면교차로까지 걷기행사를 가졌다.

이는 지난 1월 20대 여성 고 구지인 양이 강제 개종과정에서 사망한 이후 진행된 1차 대규모 규탄 집회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에서는 약 1만 2천명이 그 동안 강제 개종을 장려해 온 기독교부산방송 CBS 앞에 모였고, 같은 시각 서울, 대전, 대구, 강원, 전남, 전북 등 총 10만 5천여 명이 모여 강제 개종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와 종교계, 언론의 외면으로 10만 여명의 사람들이 강제 개종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성인 여성이 단지 기성교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종할 것을 강요받고 그 과정에서 납치, 감금, 폭행 등으로 인해 숨졌지만 정부와 종교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구모 양은 지난 2016년 44일간 납치감금돼 개종을 강요받고 난 후 청와대에 강제개종 피해를 호소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고 결국 2차 강제개종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개종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월 수 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를 규탄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호소했지만 여전히 정부는 ‘정교 분리’라는 사유로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주장이다.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희생자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을 단지 종교문제란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종교 관련 담당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사법당국에 책임을 미뤘다고 상기했다.

지난 1월 구 양 사망이후 강제개종 실태 조사와 개종 목사 처벌에 대한 청와대 국민 청원에 14만 명에 이르는 국민이 동의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설명없이 삭제한 바 있다. 

사법당국 역시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개종사업을 돈벌이로 하는 개종목사의 사주에 의해 생명과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례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비주류교단 신도들에 대한 강제 개종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며 확산시켜 온 기독교계는 ‘강제 개종’을 부인하면서 강제 개종을 하는 이단상담소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기독교언론까지 합세해 강제 개종으로 인한 인권문제는 외면하고 오히려 불법 강제 개종을 부추기고 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 강제 개종 실태 조사를 통한 관계자 처벌과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강제 개종을 장려해 온 한국교회와 기독교언론을 향해 책임을 추궁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관계자는 “강제 개종 피해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천여 명이며 실제로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피해자가 개신교 비주류교단 신도라는 이유로 종교계는 물론이고 정부, 사법당국, 언론마저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과연 개신교 주류교단에서 발생한 문제라도 이렇게 방치했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차별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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