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원고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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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작물 고사와 감염인정 여부 미흡

전력수요에 따른 순환 단전으로 비록 농작물에 피해요인이 제기됐으나, 실질적인 원인제공에는 미흡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이상기후에 따른 냉·난방기 사용 증가와 원전가동의 한시적 중단에 따른 전력수급난이 잦아지면서 갑작스런 정전발생이 높아진 만큼 유사사건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같이 정전에 따른 농장이나 사업장 등의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나는 추이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전력거래소의 수요예측 실패나 한국전력의 전기설비 관리 부실 등에 따른 정전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받을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단전 또는 정전과 피해 사이에 인과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에 상응한 배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함석천 부장판사)는 최근 강원도의 H영농조합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패소를 판결했다.

해당 조합은 유리온실을 포함한 4개의 온실에서 오이와 배추, 파프리카 등의 작물을 재배하면서 한국전력거래소와 농업용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해 온실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기장치를 설치 가동했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2011년 9월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급증하자 지역별로 순환단전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H영농조합이 전기를 공급받던 회선의 전기공급이 사고발생 당일 오후 3시31분부터 40분간, 오후 4시4분부터 30분간, 오후 8시1분부터 9분간 각각 중단됐다.

전력거래소 측은 이후 단전으로 농작물 등에 피해를 본 농가들을 대상으로 배상에 나섰다.
하지만 H영농조합은 여기서 제외되면서 화근이 됐다.

이에 조합 측은 2014년 9월 "단전으로 유리온실 내부 온도가 40℃ 이상으로 상승해 오이, 배추 등이 고사하고 파프리카가 토바모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6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손해배상청구를 제소했다.

재판부는 "전력거래소는 최대 전력수요를 과소하게 예측해 전력수급 불안정을 초래했다"며 "순환단전이 예상됨에도 신속하게 대국민 안내방송을 실시할 것을 지시하지 않아 순환단전이 시작된 때부터 약 39분이 지난 오후 3시50분께에야 대국민 안내방송이 이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장의 회신에 따르면 오이, 파프리카가 정상적인 회복이 어렵고 고사되기도 하는 생육 조건은 45℃ 이상에서 3시간 이상 경과한 경우"라며 "유리온실에 대한 전기공급이 중단된 사이에는 2시간의 시간 간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장인 함석천 부장판사는 이에따라"유리온실의 온도는 자연환기 정도에 따라 달라지고 그 자연환기의 정도는 천장이 열린 정도에 비례한다"고 전제한 뒤 "단전 당시 주변 최고기온은 29℃ 로 천장이 열린 정도가 작아 자연환기가 심하게 억제됐을 경우에는 38~42℃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함 부장판사는 또,"H영농조합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순환단전으로 인해 유리온실에서 재배중이던 작물이 고사했거나 감염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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