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 성군과 명재상의 청백리 표상으로 일컫는 황희선생 영당 지근에 불법건축은 물론 환경의식 부재로 관람객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소재 방촌 황희(1363~1452)선생을 기리는 경기도 기념물 29호 영당과 경모재, 양지대를 포함한 반구정 주변 일부 대중음식점의 불법구조물이 성행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7,8m 높이의 방촌 황희선생상 뒷뜰에는 담너머 음식점에서 내다버린 생선포장용 스치로폼이 흉물스레 나뒹굴고 이름모를 나무마저 꺽인채 고스란히 방치돼 있다.

심지어 담벼락 밑에는 깨진 유리조각과 석면이 함유된 폐스레이트가 오랜전부터 누워 있으며, 폐임목이 그대로 쌓여 낙엽과 함께 뒤덮여 있다.

울담과 맞닿은 I나루 음식점의 겨울나기와 장작용으로 쓰일 나무더미는 마당 외곽에 놓여 유적지의 산교육장을 무색케 한다.

더욱이 유적지와 근접한 P나루터집 야외에는 은사시나무 아래 무허가 목재데크로 장식한후 간이식탁을 마련해 외부 손님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고객들에 내놓을 장어구이 요리도중 내뿜는 뿌연 연기로 불과 10여m에 이르지 않는 방촌기념관과 황희선생 영당으로 날려 빈축을 사고 있다.

무허가로 조성된 목재데크를 두고 관할 기관의 단속이 유명무실한 가운데 원상복구는 고사하고 유해성 연기만이 자욱해 시급한 단속이 요구된다.

일산 체험플러스의 인솔 교사 이 모(여)씨는“31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유서깊은 황희정승 유적지를 찾았는데 인근 음식점에서 찌든 연기와 태운 고기냄새가 진동해‘옥의 티’로 여겨진다”며 개선책을 바랐다.

이 교사는 “역사적인 방촌 영당의 담벽 사이로 음식점의 인허가를 내준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행정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꺼리는 업주의 한 관계자는“몇차례 관할 당국으로부터 적발에 이어 고발 또는 행정명령을 받은 바 있는 만큼 조속히 문제의 장소를 재정비해 원상복구할 방침”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사한 불법 건축행위는 또다른 사목리의 장어명가 Y음식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음식점 내 불법 건축물이 세워져 호객행위까지 일삼고 있으나, 간혹 민원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2경찰 차량의 단속때 뿐으로 뒤돌아서면 속칭‘삐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며 주민 김모 씨는 일렀다.

11월 임진강 바람에도 음식점에서 흘러나온 매캐한 냄새는 관람객들의 코를 진동하며, 불쾌감을 주고 있다.

과천에서 관광나온 아베크족 윤정열(건축사)씨는“학술과 사료가치가 높은 반구정 일대로 날아든 연기와 냄새는 방촌 유적지의 이미지를 반감시키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실정에 정작 파주시문화원 황희선생유적지 관리소의 관계자는“유적지를 찾아온 관람객들의 항의성 민원 제기가 잇따라 곤혹을 치르고 있다”면서“지적된 작태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만큼 시청 담당부처에 사후조처를 묻는 것이 옳지 않는냐”며 변죽만 울렸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녀갔다며 홍보와 함께 호황을 누리고 있는 I나루는 불법 건축으로 관할 지자체의 강제이행금까지 부과하면서도 버젓이 성업 중이다.

이곳 역시 불법으로 하천부지에 목재데크를 실외와 통로에 설치해 손님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나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I나루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진의 왕래마저 잦았던 명소(?)로 주변의 동종 업계는 특혜의혹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현지와 다소 떨어진 내포리의 장어명가 J음식점 역시 넓은 주차장이 무허가로 꾸려진 데다 건물을 둘러싼 700여m의 석축은 불법으로 축조됐다.

이와 관련, 관할 파주시 유통경제과와 도시정비과 담당자들은 “민원이 제기돼 수차례 행정조치와 강제이행금을 부과했다”고 전제,“불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집중단속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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