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터 남산 산책로 터줏대감 행세

<앙증스럽게 자신의 앞발로 머리를 어루만지는 '노랑이'>
<누군가가 마련해 준 장난감을 갖고 장난을 치고 있다.>

수려한 남산 산책로의 중간쯤 목재데크에 버젓이 터줏대감 행세를 누려온 노랑 고양이가 탐방객의 귀여움을 독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 남산 자락의 배드민턴장을 시작으로 국립극장 인근까지 이어진 7km 남짓 산책를 무대로 자리잡은 애칭 ‘노랑이’가 탐방객의 눈길을 사로잡아 화제다.

15일 오전 8시께 조깅을 위해 찾은 산책로에서 만난 노랑이는 제법 느긋하고 의젓하게 산책로를 가로지르며 온갖 재롱을 떨기 일쑤다.

<또다른 유기묘 친구와 함께 얼굴을 부비대며 놀고 있는 노랑이>

50대 남성이 손으로 어루만지자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워 교태를 부리는듯 싶다가 때마침 사료를 꺼내든 신촌 D병원의 의사 송수경 마취과장을 향해 이내 자신의 등을 돌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송 과장이 건넨 사료와 마요네즈 맛에 익숙한 듯 노랑이는 산책 주로의 중간을 자리잡고 경계심을 푼채 여유마저 만끽했다.

송 과장은 "오늘처럼 사료를 나눠준 뒤 출근이 10시까지라서 그냥 안전 등을 확인후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 해 6월부터 매일같이 노랑이 밥을 주려 산책로를 다녔는데, 유기(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데다 주위 분들 또한 유기묘와 유기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고정관념)이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싱그러운 연두색 단풍나무 거리를 지나며, 피톤치드가 풍성한 산책로는 사계절 내내 남녀노소가 즐겨찾는 탐방 코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남산을 즐겨찾는다는 김모(57.여)씨는 “언젠가부터 산책로에 나타난 고양이가 저렇게 순한지 몰랐다”며 “별다른 불편없이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남산 산책로(서울)=권병창 기자/사진=송수경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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