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신보라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유영미 기자>

[국회=박정희 기자/사진=유영미 기자]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오후 자유한국당의 신보라 의원이 요청한 헌정사상 첫 본회의장 아기동반 출석허가에 최종 불허 의사를 통보했다. 

이에 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본회의 아기동반 출석 불허'에 대한 유감의 입장을 밝히고 유감을 표명했다.

신 의원은 오는 5일 본회의에 생후 6개월된 본인의 아기와 함께 등원해 육아관련, 법안 제안설명을 하고자 국회의장에 본회의장 아기동반 출석허가를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그동안 회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교섭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답변을 미뤄오던 문 의장은 신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최종 불허의사를 밝혔다.

국회의장이 밝힌 불허사유는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므로 의장이 허가할 경우 다른 의원들의 입법심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국회가 일가정 양립에 대한 공감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신 의원은 “우리 국회가 노키즈 존이 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라는 공간이 워킹맘에 냉담한 우리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신 의원은 “이미 의원의 회의장 자녀동반 출입을 허용한 외국의 의회들을 보면, 저출산 시대에 의회가 일과 양육문제에 어떻게 공감하고, 문화를 선도하는지 알 수 있다”고 반문했다.

그는 “재앙에 가까운 초저출산시대에 보여준 우리 국회의 워킹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한계를 본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 했다.

다음은 신보라의원이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아기동반 출석 불허에 대한 기자회견' 전문이다.

국회는 정녕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되려고 하는 것입니까.
오늘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는 저의 본회의장 아기동반 출석 요청을 최종 불허했습니다. 

워킹맘의 고충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거부한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국회와 우리사회에 워킹맘의 고충을 알리고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엄마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 일과 육아의 병행을 포용하지 못하는 직장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회 본회의장 아기동반을 통해 워킹맘들의 고충을 알리고, 가족 친화적 일터의 조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호소하고자 출석허가를 요청드린 것입니다.

허가요청서를 제출할 때만 해도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의회 등 다른 나라에는 자녀동반 출석이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1도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고, 출산기피 현상도 심각합니다. 
국회는 아기동반 출석을 허용해 가족친화 일터 확산을 위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 답변은 ‘불허’였습니다. 
지난주 국회의장은 아기동반 출석에 대해 국회 운영과 관련한 사항이기도 하니 교섭단체 대표의 의견을 구하겠다고 했었습니다.

이에 저는 3당 원내대표로부터 환영의 답변도 들었습니다. 3당 원내대표의 긍정적인 의사표현에도 계속해서 답변을 미루더니 불허를 통보했습니다.

우리 국회가 노키즈존이 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가 워킹맘에게 냉담한 한국사회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보수적인 국회의 높은 벽을 실감합니다.

국회의장이 밝힌 불허의 사유는, 제가 발의한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상임위 논의 중이므로 국회의장이 허가할 경우 다른 의원들의 입법심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국회의장이 가진 국회법 상의 재량과 권한을 굉장히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현행법에는 의장이 본회의장 출입하는 사람에 대한 허가권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개정안은 의원의 아기에 한해서 출입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자는 것인데, 개정안을 핑계로 되려 국회의장이 스스로의 권한에 한계를 짓는 것 입니다.

국회가 이렇게 보수적인 공간입니까. 
국회는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낡은 법과 제도를 바꾸어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는 공간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선례를 만들기 두려워하는 국회의 현주소를 본 것 같아 씁쓸합니다.
본회의장 아기동반을 추진했던 제게 의도가 있다면 이 것 뿐입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라는 상징적인 공간에 아기를 동반함으로써 워킹맘의 고충을 알리고,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위한 세심한 제도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호소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워킹맘으로서 저 국회의원 신보라는 국회부터 가족친화적인 일터,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국회의 문을 다시 두드릴 것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가족 친화적 일터 조성을 위한 화두를 던지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2019년 4월 4일
국회의원 신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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