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잡동사니를 청테이프로 둘러맨 뒤 어디론가 힘겹게 걷고 있는 70대 할머니가 앵글에 포착됐다.>
<쓰레기에 불과할 4,5개 짐 꾸러미를 버겁게 끌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시민들이 지나쳐도 누구를 막론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그의 곁을 스쳐간다.>

[용산=권병창 기자] 동방예의지국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부모와 가족의 연을 소중히 여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가정의 달 5월, 낯모를 슬픔속에 눈물샘을 자극한다.

8일 어버이날을 하루보낸 9일 오후 6시40분께 서울시 용산구 소재 숙명여대역 인근 시야에는 70대 할머니의 머리가 땅에 닿을듯 지리한 편린을 이끌어 갔다.

<한 50대 여성이 마실것을 건네드리려 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하며 손사래를 쳤다.>

때마침 50대 여성이 걸어가다 질곡속에 핀 방초인 양, 기이한 할머니를 발견한 뒤 곧 마실 음료수 팩을 건넸지만, 극구 손사래를 친다.  

교차로 곁을 따라 걷거나 숙대역에서 밖으로 나온 시민의 시선에도 그는 묵묵히 30kg 남짓한 용처모를 꾸러미를 끌고가는 뒷모습이 사뭇 애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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