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94세의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박준환 할아버지>

[울릉도=권병창 기자] 울릉도의 산증인 90대 토박이가 수령 2천년의 향나무를 지키는 살아있는 수호천사(?)로 여생을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박준환(94) 옹은 젊은 시절 사동에서 지낼 때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불편을 덜어주려 절벽 등 험준한 길을 정과 망치만을 이용해 갓길을 만들었다고 술회한다.

그는 최근 필자에게 울릉도에 관광을 왔다면, 봉래폭포와 성인봉, 행담등대는 꼭 한번 둘러보라고 귀띔한다.

그 옛날 지금과 같은 2차선 도로는 꿈도 못꿀 판이었지만, 리아카 길과 같은 다소 큰 도로와 경운기가 다닐 정도 차로까지 개통시키는데 작은 몫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울릉도의 제일 높은 해발 986.5m 성인봉은 그 당시에는 사람의 손길과 도구를 사용해 걸을 수 있는 산길을 뚫은게 고작이었다고 말한다.

<어렵사리 산중 만남을 뒤로 산을 내려 가려하자, 아쉬운듯 필자를 바라보고 계시는 박준환할아버지>
<다시 거처로 발길을 돌려 들어가시는 박준환 옹>

그는 나리분지를 정비하면서도 주변의 돌을 쌓아 산책로와 둘레길 구간을 채워 나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열악한 환경과 여건속에 원시적인 망치를 이용해 성인봉 등산길을 정비하는 등 온갖 고생과 부족한 먹거리 뿐이란 일화를 들려준다.

1.7m 높이의 성인봉 표지석의 애환도 전해주는 박 옹의 젊은 시절은 파란만장했다는 일대기다.

슬하에 아들 셋, 딸 셋을 둔 박 옹은 이제 자녀들은 우체국은 물론 경기도청, 법원 근무 이야기, 그리고 청풍명월 충청도에서 ‘쌍둥이집’을 운영하는 다복한 삶을 누린단다.

반세기 남짓 울릉도에서 농사를 짓고, 한때는 어선도 운영한 남부럽지 않은 때도 있었음을 들려준다.

이중 막내 아들은 군청에서 근무하다 이제는 저동을 텃밭삼아 민박을 운영하며 살아간다고 소개했다.

또다른 아들은 농협과 우체국에서 일하다 울릉군에서 몸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94세인 박준환 옹은 아직도 목소리마저 쩌렁쩌렁한 건강한 천수(天壽)를 짐작케 한다.

현지 울릉도에는 110세 이상의 어르신이 2명이 거주할 정도로 쾌적한 자연환경은 육지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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