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권병창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어느새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이 1년째 표류하고 있다"며 "방치된 1년간 악화된 유치원비리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박 의원이 밝힌 기자회견 전문이다.
서울 강북을 출신 박용진 의원입니다.

내일이면 유치원 3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제가 유치원 3법을 발의한 작년 10월 23일로부터는 431일이나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당장이라도 통과가 될 것 같았던 유치원 3법은 현재 자유한국당의 정쟁과 한유총의 방해로 국회 본회의장을 표류하고 있습니다.

신속처리안건 숙려기간 330일을 모두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안건 순서에서는 늘 맨 꼴찌로 상정돼 사실상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유치원 3법은 민생법안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민생법안입니다.

또 회계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아주 단순한 법입니다.
그런데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걱정과 한숨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은 왜 아이들은 맨 마지막인지 묻고 있습니다.

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이야기하고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말하는 나라에서 아이들이 늘 마지막 번호표를 손에 쥐고 어른들의 정쟁과 충돌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국민들게 죄송하고 면목없습니다. 
지치면 안된다고 스스로 다그치지만 주저앉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게 벌써 몇 번째 기자회견입니까?

이렇게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1년이 넘게 허송세월 하는 동안 사립유치원들의 비리는 계속됐습니다.

박용진 의원실이 분석한 전국 17개 광역시도 교육청이 실시한 2019년 한해동안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유치원3법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방치되고 있는 동안 유치원 비리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동안 전국 1,020개 사립유치원에서 비위가 적발됐습니다.
금액으로 치면 무려 321억원이고, 4,419건입니다.

제가 작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269억원보다 오히려 52억이 많습니다.

또 처벌도 주의나 경고로만 끝난 것이 전체의 95.6%, 3,662건이나 됩니다.

현재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않아 처벌규정이 제대로 없는 등 법의 허점, 구멍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솜방망이 처벌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유치원3법이 자유한국당에 발목 잡히고 본회의장에서 맨 마지막으로 밀려나 방치되고 있는 사이 또다른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사립유치원 사태 이후 폐원이 된 유치원은 273개 유치원입니다.
이런 폐원 유치원의 상당수가 수개월 째 폐원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폐원상태로 방치돼 있는 유치원 수가 무려 153개원이고 전체의 56%나 됩니다.

이 방치돼 있는 사립유치원들은 사실상 유치원 3법이 좌초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명 버티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가 있는 유치원의 간판갈이를 금지한 유치원3법의 통과가 무산되면 유치원 간판만 바꿔 다시 개원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추정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분석을 해 보니까 폐원 유치원의 상당수가 올해 3월 에듀파인 도입 직전과 직후에 폐원을 했습니다.

회계를 투명하게 하라니까 폐원을 한 겁니다.
사립유치원은 폐원을 하면 감사 의무가 없어집니다.

즉 운영기간 동안 비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되는 것입니다.
또 학원으로 전환한 유치원도 30개원이나 됩니다.

이런 학원들은 일명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며 원비를 마음껏 인상하고 감사도 피하는 꼼수를 쓰고 있습니다.

유치원 원비는 원비인상률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인상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일산의 한 사립유치원은 폐원 전 한 달 54만원의 원비를 받았는데 폐원을 하고 영어유치원으로 전환해서 110만원의 원비를 받고 있습니다.

'SCHOOL'이라는 문구를 입구와 외벽건물에 버젓이 붙여놓아 학부모들을 기만하며 사실상 유치원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한 유치원이 13개원, 어린이집 전환 12개원입니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업종으로 전환한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국회가 1년이 넘게 법을 방치하고 있는 동안 현장에서는 폐원, 업종전환 등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가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제 개인의 부족함과 민생을 우선하지 못하는 우리 정치의 민낯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이후 유치원 3법을 발의했고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수십, 수백차례의 기자회견, 언론인터뷰, 질의, 자료공개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심지어는 한국당이 농성하고 있는 본회의장 앞까지 가서 유치원 3법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런데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유치원 3법은 국민 대다수가 통과를 바라는 민생법안입니다.

올해 2월, 교육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인 81%가 유치원 3법의 통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적극적 찬성인 매우찬성의 응답률이 47.4%나 됩니다.
지난 12월 초 KSOI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중 7명이 유치원 3법 처리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법안처리를 주도하는 4+1에서도 유치원3법의 통과는 논의된 바가 없습니다. 
선거법,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난 뒤 살라미 전술의 끝에 유치원3법이 아무런 보장없이 유실되어 버리는 게 아닌 지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제 내일 마지막으로 문희상 국회의장님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치원 3법을 본회의 의사일정 맨 앞쪽에 상정해주시기를 호소하려 합니다.

국회의장님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론으로 유치원3법의 처리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의원님들에게 유치원3법의 통과를 진심으로 호소드립니다.

4+1 협의체 논의에서 배제되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외면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함께 노력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

국민과 학부모의 기대와 열망을 국회가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올해 유치원 3법을 통과시켜서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유치원 3법의 통과를 촉구합니다.

2019. 12. 26

국회의원 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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