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에 미지급 적발된 대금 32억원 넘어

<이태규 의원>
[국회=박태용기자] 국내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들이 하도급업체에 미지급했다가 지난해 적발된 대금이 총 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그룹과 CJ그룹 계열사들의 미지급 대금이 10억원과 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집단 전반적으로 건설·제조 부문에서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한 경우가 다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진시정을 유도하면서 미지급 대금 규모와 상관없이 일괄 경고 처분해 가벼운 제재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2019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이 하도급업체에 미지급한 것으로 확인된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 어음대체결제 수수료 등의 규모는 32억1,500만원이다. 

자산 5조원 미만 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미지급액(180억1600만원)의 17.8%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59개 그룹 중 34개가 최소 한 차례 이상 대금을 미지급했다.
 
미지급액이 가장 많은 그룹은 효성(10억2300만원)이었다. 

계열사인 진흥기업과 효성굿스프링스가 건설·제조사업을 위탁하며 하도급법상 대금 지급 규정을 총 5건 위반했다. 
50개 하도급업체가 진흥기업의 대금 미지급으로 피해를 봤다. 

CJ의 미지급액(5억3500만원)이 두 번째로 많았다. 3건의 법 위반 모두 CJ대한통운이 건설·용역사업을 하도급거래하며 발생했다. 

피해 업체는 41곳이다. 

미지급액 규모는 영풍(3억7900만원)·SM(3억7700만원)·대우건설(2억300만원)·대우조선해양(1억64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효성 관계자는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과정에서 만기일이 1~6일 정도 착오가 있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재무와 구매 담당자들이 하도급대금 지급을 서로 확인하는 체계로 바꿨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발주처와 공사대금 규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하도급업체에 대금 지급이 일시적으로 늦어졌다”고 했다.
 
미지급 적발 건수로 보면 대기업 계열사(84건)가 전체(522건)의 16.1%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롯데(각 7건)와 효성·SM·동원(각 5건), 대우건설·삼성·SK(각 4건) 등 순으로 많았다. 
 
현대차와 롯데는 적발 건수가 많았지만 미지급액은 각각 2600만원과 1800만원으로 크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의 대금 미지급은 하도급거래가 많은 건설과 제조 부문에 집중됐다. 

건설과 제조 관련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각각 46건(54.8%)과 22건(26.2%)의 대금 미지급이 발생했다. 
용역 부문은 16건(19.0%)이었다.
 
공정위는 대금 미지급 사실이 적발된 기업들을 상대로 자진시정을 권고해 대금을 모두 지급하도록 하고, 해당 기업들에는 경고처분을 내렸다. 

이를 놓고 미지급액 규모를 따지지 않고 일괄 경고 처분해 가벼운 제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강력한 제재보다는 신속한 자진시정을 통해 하도급업체가 가장 중요시하는 대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라며 “심각한 법 위반이 발견되면 추후 직권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은 “대기업들의 하도급대금 미지급은 명백한 갑질이고, 불공정행위”라며, “공정위는 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미지급 근절 방안을 마련하고 대기업들은 하도급업체의 입장을 생각하는 기업문화의 혁신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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