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인부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화재 참사를 빚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물류창고 지하층에서 용접작업 중에 불티가 튀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다른 인부들이 작업했는지를 추가로 파악하고 있으며, 오후 8시께 영하의 날씨와 건물붕괴 위험으로 수색작업을 중단한 뒤 6일 오전 9시께 재개하기로 했다.
 
◇ 화재 발생‥삽시간에 전체로 번져
5일 낮 12시 9분께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 서이천물류센터 지하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대원들은 거센 바람을 타고 불길이 크게 번져 건물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다가 화재 발생 3시간36분만인 오후 3시45분께 큰 불을 잡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가 손성태(22) 씨 등 인부 6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망자들은 물품을 분류하던 냉동실에서 5명이, 맞은편 냉장실 근처에서 1명이 각각 발견됐다.
화재 당시 지하층에서는 남강로지스틱스 인부 21명이 물품 분류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망자 외에 인부 1명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김모(30) 씨가 전신 화상을, 다른 인부 1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소방방재청 중앙구조대 김진태(45) 소방장이 진화작업 도중 건물이 붕괴되며 부상했다.
당시 물류창고에서는 11개 업체 104명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부상.실종자 9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부들은 무사히 대피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인부들은 냉동실의 냉기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셔터를 내린채 작업해 화재와 함께 지하층에 유독가스가 차도록 일찍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지하1층, 지상2층의 물류창고 1개동을 모두 태우고 3시간여만에 큰 불길이잡혔고 불티가 야산으로 튀며 산불이 발생해 임야 일부를 태웠다.
불이 나자 헬기 3대와 소방차 54대, 굴착기 2대, 크레인 2대 등 장비와 소방관 280여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였다.
◇ "폭발한 줄 알았다"‥초기 진입 엄두못내
목격자 송모(72) 씨는 "중부고속도로를 지나는데 도로 옆 물류창고 아랫 쪽에서불길과 연기가 수십m 높이로 치솟았다"며 "워낙 순식간에 불길이 솟구쳐 폭발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이천 소방서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10분만에 도착했지만 시속 20㎞의 강풍을 타고 이미 불길이 건물을 집어삼켰고 샌드위치 패널이 타며 유독가스까지 심하게 나와 구조작업은 엄두도 못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난 건물에는 사고 발생 10시간이 지난 밤 늦은 시간까지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으며 주변에는 매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건물 주변에 주차된 트럭과 승용차 일부도 열기에 그을려 심하게 훼손돼 당시 화염 강도를 짐작케 했다.
◇ 경찰 수사‥용접 불티 화인 추정
경찰은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규명에 나섰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서이천물류센터 지하층 냉장실에서 냉장실 문을 수리하기 위해 용접작업을 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서이천물류센터 지하층은 가로 219m, 세로 60m로 뒷면은 산에 막혀있고 앞면으로는 차량 진입로가 있는 반지하 구조이며 13개의 냉동.냉장실이 중앙의 차량 통로 좌우로 늘어서 있다.
경찰은 사망한 인부들이 작업하던 냉동실의 맞은 편 냉장실에서 인부 2명이 용접작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불러 정확한 화인과 함께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통로 옆을 발화지점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오늘 바람이 강하게 불며 통로를 따라 불길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격자 일부는 용접작업을 벌인 냉장실 근처에서 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용접 인부들도 경찰조사에서 "용접작업을 하다 불티가 잘라낸 샌드위치 패널의 스티로폼 부위에 옮아 붙어 자체진화하려 했지만 어려워 대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삽시간에 불길이 물류창고에 번진 점에 주목, 서이천물류센터가 소방시설을 제대로 구비했는지와 소방점검을 제대로 받았는 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 물류센터 현황
서이천물류센터는 대지면적 2만9천957㎡에 건축면적 1만1천924㎡으로 지하 1층,지상2층에 연면적은 4만968㎡이다.
소유주는 싱가폴 투자회사로 한국의 회사가 관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구조는 샌드위치 패널이고 육류와 과일류, 어류 등을 저장하고 있다.
건축허가는 2004년 3월 26일, 사용승인은 2005년 10월 27일 받았다.
불이 난 지하층은 GS리테일의 택배업무를 대행하는 남강로지스틱스가 임대해 사용중이고 1-2층은 로지스올물류회사가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이천물류센터는 326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소방당국이 파악한 사망 및 실종자 명단
사망자는 ▲경장수(40대.여주하늘공원장례식장) ▲손성태(22.이천효자원) ▲정 원(28.이천효자원) ▲김웅원(23.이천하늘공원장례식장) ▲김준수(28.이천 의료원) ▲김태영(27) 등 6명이고 실종자는 이현석(20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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