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 명의 임금체불 누적, 해결 않고 포기만 종용" 주장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원들이 24일 오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투쟁'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시의회 정의당의 권수정시의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
오후 더불어민주당사앞에서 2차 결의대회 개최
김경률경제민주주의대표,"모종의 특약"첫 제기

[권병창 기자/윤종대 기자] "체불임금 해결하고, 항공운항 재개하라.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케이오 등은 24일 오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이어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시종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직의원 측과 제주항공측이 이스타항공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2019.1.18.)한데 이어 고용승계를 약속했으나, 수개월째 공전을 맴돌고 있다.

더욱이 본계약(SPA)을 체결(2020.3.2.)하며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기 시작(현재까지 총 23대 가운데 8대를 반납)하고, 추가 구조조정에 나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6월말 현재까지 인턴 등 계약직 188명 계약해지(해고),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이스타포트와의 계약을 해지해 300여 명의 일자리를 박탈, 80여 명의 희망퇴직 등 총 57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정부는 기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확대 강화해 1월 29일부터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 실시를 발표했으나,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인력감축을 위해 이를 신청하지 않았고, 제주항공 요구에 따라 전면 운항중단을 실시, 적자를 가중시켰다고 상기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이홍래수석부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정원섭조직쟁의국장이 25일 오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현관앞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임금삭감(운항직 36%, 그 외 직군 25%) 등의 방안을 제시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사측의 동의에 따라 4월 말에 노사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이상직의원 측과 제주항공측이 2월부터 6월까지 250억 체불임금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운항이 재개되지 못하고 체불임금이 누적된 가운데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급기야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불안과 임금체불의 누적으로 인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고, 우울증으로 인해 불면증에 걸린 사례 등이 잇따라 발견될 정도이다.

지난 12일~14일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280명 응답)에 따르면, 연금미납으로 인해 대출이 막혀, 적금 해지나 가족과 친척에게 손을 벌려 어렵게 생활하는 등 진통이 거듭되고 있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가정불화를 겪기도 하며, 공공운수노조는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심리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9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서울남부지검에 150여 명의 21억6천만원에 해당하는 1차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일에 148명의 17억5천만원에 해당하는 2차 임금체불 진정서가 추가 접수됐다.

447명의 5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3차 임금체불 진정서를 서류가 정리되는 대로 접수할 예정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9일을 시한으로 체불임금 지급을 명령했으나, 이스타항공측은 제주항공측과 석 달째 서로 공을 떠넘기며, 심지어 체불임금 포기를 종용한다고 상기했다.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사태는 무려 1,600여 명의 생계와 생존이 걸린 250억원의 막대한 금액이라는 점, 고용유지를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막대한 인력 감축만을 추구하며 유발시켰다는 점을 들었다.

진정서 접수 후에도 석 달째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체불임금 포기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인 범죄에 해당하며 구속처벌이 마땅하고 그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조종사노조는 이에 고용노동청은 매각주체의 협상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급하고 엄중하게 선제적 조치를 촉구했다.

<경제민주주의21의 김경률대표가 제주항공과 이상직의원을 향해 공개질의를 하고 있다.>
<박이삼(공사 42기)조종사노조 위원장이 25일 오전,오후 남부노동지청과 민주당사로 나눠 체불임금 책임자 구속처벌과 운항재개, 집권여당의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의 김경률대표는 “일련의 정황을 둘러싼 여론에 이스타항공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의 성의 없는 조언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요컨대,“노동자의 체불임금은 이스타항공이 갖고 있는 현금을 풀어 지금이라도 지급하면 된다.”고 전제한 뒤 “이상직의원이 제주항공에 공을 돌리는 것은 무언가의 '특약'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시사했다.

김 대표는 “‘핑퐁’질은 분명히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특약이 있을 것”이라 분석, 제주항공측에 모종의 불성실 이행론을 공개질의 했다.

뒤이어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린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의 결의대회에서 박이삼(공사 42기)위원장은 “재벌 대기업항공사는 있지만, 저비용항공사 노동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내일(25일)은 급여 날인데 급여가 나온다는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체불도 벌써 다섯달이 지났건만 이런 고통에도 불구, 그 누구도 책임지려는 자는 아무도 없다.”며 “고용노동부 또한 책임자 처벌을 무작정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항공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그 어디에도 이스타항공의 1,600명에 대한 관심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사측은 법적으로 대주주는 책임이 없다면서 임금체불쯤이야 매각이 완료되면 일부라도 지급이 될 것이라 말했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케이오 관계자들이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등은 택배 박스로 제작한 일정 크기의 사각기둥에 '체불임금'과 '정리해고'를 넣은 사진 박스를 타격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등장 인물은 이상직 의원과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회장과 '정리해고' '임금체불'을 넣어 만든뒤 5파운드 해머로 상자 박스를 깨부수는 상징의식을 벌였다.> 
<영등포경찰서 등 안전과 만일의 사태대비를 위해 경력 1개 중대가 투입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대기중인 경찰들.>

박 위원장은 “파산되면 다 죽는다는 이런 협박은 기본 옵션”이라며 현 경영진의 낮은 설득력을 개탄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운항중단의 고통속에 몰아넣으면서 본인(이상직의원)은 ‘경제디자이너’로 ‘일자리창출’을 하겠다고 국회의원이 됐다고 상기했다.

그는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 넣고도 자기 잘못이 아닌 ‘코로나19’라며, 죄책감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며 분루를 삼켰다.

이제라도 정부 여당은 이스타항공의 사태를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막무가내식의 구조조정은 물론 이유없는 전면운항 중단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생존권 사수는 물론 부패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끝까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사자후를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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