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전통식품명인 제43호 이기숙대표 지정

<전통식품명인 제43호 이기숙대표>
<파주시내 천하별미 감홍로를 두 손에 얹어 포즈를 취했다. >

'감홍로', 판소리 별주부전, 춘향전에도 등장
“곳곳마다 감홍로니 마을이 곧 취한 마을일세” 찬미

[파주=권병창 기자] ‘감홍로’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술로 육당 최남선(1890~1957)은 전라도의 죽력고, 황해도 이강주와 함께 감홍로를 '조선 3대 명주'로 칭하며, 그 중에서도 감홍로를 첫째로 손꼽았다.

감홍로는 유득공(1749-1807)의 저서 ‘경도잡지(京都雜志)’와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기록된 우리나라의 3대 명주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최고의 명주이다.

조선 선조때 서유구(174-1845)가 지은 ‘임원경제 십육지(林園經濟十六志)’ 정조지 권 7과에 기록된데다 현종 때 홍석모(洪錫模)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수록됐다.

이규경의 ‘물산변증설’에서 냉면, 골동반(비빔밥)과 함께 꼽은 감홍로는 술과 면조에서 “중국에는 오향로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평양부의 감홍로가 있다.”고 구전된다.

유득공의 애련정이란 시에서 ‘곳곳마다 감홍로니 이 마을이 곧 취한 마을 일세’라고 하는 평양사람들의 애호주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기숙 전통식품명인 제43호 (농림축산식품부) 2012년 10월 지정>

소주는 고려시대에 개성(개경), 평양, 안동, 진도, 제주도에 몽고군으로부터 유입돼 발달됐다.

증류주 중에 관서(평양)지방의 감홍로는 최초의 소주라 전해지며, 2차 증류를 거친 환소(還燒)제품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명주가 됐다.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문배술로 1986년 국가지정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86-가호)로 지정을 받은 고(故) 포암(浦巖) 이경찬 선생의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 국가에서 주류제조면허를 받을 수 없던 중 1994년 농림부에서 차남이 명인을 지정받아 이를 재현하려 했으나 2000년 사망했다.

문배술과 감홍로의 기능을 갖고 있는 차녀 이기숙이 주위의 권유로 부군 이민형과 함께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부곡리 34-7에 2005년 법인을 설립하여 이를 재현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이를 재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유일하다.

원료는 조와 쌀로 만든 술에 고급 한약재를 넣어 침출한 후 이를 숙성시킨 것으로, 조선 시대 고급증류주는 고관대작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 먹고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약리작용으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서적인 『식물본초(食物本草)』(1526)에 ‘섬라주(태국산 술)는 일찍이 사람들이 휴대하고 배를 탔다.

서너잔만 마셔도 취하고 환자가 마시면 나았고 살충작용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고급증류주를 생산하는데 많은 곡물이 소요되어 금주령이 내려졌고 일제시대에도 곡물이 모자라 이를 대중화하지 못했다.

해방 후에 양곡관리법에 의해 양산을 못하였지만 고(古) 포암 이경찬선생의 집안 경조사시 조금씩 만들어 전통으로 맥을 이어왔다.

감홍로(甘紅露)의 감(甘)은 단맛을, 홍(紅)은 붉은 색을, 로(露)는 증류된 술이 항아리 속에서 이슬처럼 맺힌다는 뜻으로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미각, 시각, 후각을 만족시키는 술이다.

속담에 ‘질병에도 감홍로’라는 말이 있으며 그 뜻은 겉모양은 보잘 것 없으나 속은 아름다운 것도 있다는 뜻이다.

감홍로는 국내 고대 소설(판소리) 『별주부전』에 ‘자라가 토끼보고 용궁에 가자고 하는 장면에서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꼬득이는 장면’, 『춘향전』에 ‘춘향이가 이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에 향단이보고 이별주로 감홍로를 가져오라고 하는 장면’이 등장하여 당시에도 귀하고 매혹적인 술임을 알 수 있었다.

황진이가 서화담을 보고 감홍로 같다고 표현하는 장면과 현대소설 『장길산』의 수많은 구절 속에도 등장한다.

약재로는 용안육, 계피, 진피, 정향, 생강, 감초, 자초(지초) 등이 소요된다.

용안육은 장을 보호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해 주는 계피, 비타민과 피로에 좋은 진피(귤껍질), 정기를 북돋아주는 정향, 암 예방과 기를 북돋으는 생강, 피를 맑게 하고 신장을 보호해주는 자초(지초), 모든 약재를 어우르게 하는 감초가 들어간다.

감홍로주는 40도의 도수가 높은 술임에도 약재의 향이 어우러져 향이 독특하고 마시기에도 부드러우며, 마신 후에도 입안에서 역하지가 않고 부드럽게 향이 퍼진다.

술을 마신 후 따듯한 기운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셔도 숙취(위에 부담이 가거나 두통)가 없으며, 혈액순환을 돕고 조금씩 마시면 몸을 따듯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대부분의 술은 마신 후 장이 차지나 감홍로는 장을 따듯하게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선조들은 구급약으로 상비하였다가 사용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최근에는 이새롬외 4명 “감홍로주 제조에 사용하는 재료 침출액의 황산화 효과”
(한국식품영양학회지 2010년 5월)

제55차 2013년 한국식생활문화학회 춘계학술대회 “술 내리는날 함께 나눈 평양의 주안상” 이기숙 학술논문등이 있다

약한 도수의 술을 즐기는 사람도 우리나라의 술의 특징이 칵테일이 잘 되질 않는데 비해 이술은 칵테일이 되기 때문에 다른 음료수와도 잘 어울린다.

감홍로는 주로 달 감(甘)를 쓰지만 이규경이 감색 감(紺) 자도 쓴 이유는 검붉은 색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에는 글로벌화로 획일화된 음식의 생산 및 소비를 경계하여 전통먹거리 종자를 보호하고, 소멸위기에 처한 음식문화 유산을 보전하고자 설립된 이탈리아 ‘생명 다양성 재단’의 슬로푸드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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