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마고원닭, 2000년 한국·조선정상회담 때 선물로 받아

<북한의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개마고원닭>

[권병창 기자/세종=이학곤 기자/사진=고센영농조합 제공] 북한의 순수 토종 '개마고원닭'과 남한의 재래 토종닭을 합사, 탄생한 '통일닭'이 AI 신드롬에 따른 살처분 폐사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는 2000년 세기의 남북정상(김대중대통령,김정일위원장) 회담 당시 북한이 우리에게 보낸 조선 개마고원닭(일명 통일닭)이 자칫 씨종자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

북한의 '개마고원닭'은 그 당시 한국이 북한에 보낸 유산양·진도견의 답례품으로 선물받은 일명 '통일닭'으로 일컫는다.

그러나, 통일닭이 최근 한국 정부의 AI방역 지침에 따라 모두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맞물려 통일닭(개마고원닭)을 사육하는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소재 고센영농조합법인은 통일닭 종자 보존을 위해 정부의 행정명령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농장을 회원 농가로 둔 사단법인 한국토종닭협회 문정진 회장은 21일 정부 등의 고센영농조합 살처분 행정명령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위풍스런 한국의 재래 토종닭>

탄원서에 따르면, 고센영농조합법인은 1991년부터 재래 토종닭을 사육한 농장으로 한국 재래종의 멸종단계에서 명맥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해 왔다.

문 회장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재래닭은 생산성이 떨어져 외국에서 들어온 품종에 밀리면서 멸종단계에 이르게 됐다."며 "고센영농조합법인의 이경용 대표는 전국을 돌면서 재래닭를 구해 복원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다"고 주지했다.

그는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발생 등으로 각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면서 자국 내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토종종자의 가치가 대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농장은 오랜 기간 닭을 유지·보존해오면서 복원한 닭도 어쩌면 국가 식량 안보에 앞장설 품종"이라고 전망했다.

문 회장은 "아직 가축유전자원센터 등 국가 기관이나 축산법에 의해 토종닭으로 인정받지는 않았지만, 그 가치는 분명히 있다"며 시급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고센영농조합에서 사육하는 또 다른 품종은 조선 토종닭(개마고원 닭)으로 2000년 남북정상(김대중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회담 당시 남쪽에서 보낸 유산양, 진도견의 답례품으로 북한이 보낸 조선 토종닭"이라고 밝혔다.

문 회장은 "개마고원 닭은 통일부 관내에서 관리 사육되어 개체 수가 늘다가 대부분 도태되고, 암수 한 쌍을 분양받은 조치원 농가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중 사육 기술을 보유한 고센영농조합에서 인수하게 됐다"며 개마고원 닭이 가진 소중한 의미를 더했다.

문 회장은 "몇 수 남지않은 개마고원 닭의 개체 수를 늘리고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만큼 좀 더 사육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 자금을 투자해 계사도 현대식으로 신축하게 됐고, 또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남한의 재래 토종닭과 조선의 토종닭을 교잡해서 '통일닭'을 계획하는 농장"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개마고원닭과 남한의 재래 토종닭을 합사해 통일닭 품종이 탄생,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이 고센영농조합법인은 우리나라 재래 토종닭을 보존시키는 상징적인 농장인데, 고센에 있는 재래 토종닭과 조선 토종닭을 도태(살처분)시킨다면 국가적으로 귀중한 재산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 회장은 정부의 획일화된 방역정책으로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한국 정부 등에 통일닭(개마고원닭) 유지·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전향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문 회장은 "현재 우리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여러 현명한 방법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만큼 AI 역시 현시점에 맞는 탄력적·미래대승적 판단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가가 헌법 제23조 3항(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회장은 현재 SOP상 예방적살처분 거리 규정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등과 AI 음성판정을 받은 농가에 현재 시세로 보상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편, 고센영농조합법인은 인근에서 AI가 발생함에 따라 반경 3km 이내에 있는 농장이라는 이유로 AI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지난 2000년 한국-조선 회담 시 북한으로부터 받은 통일 기념닭 씨종자를 모두 잃게 될 위기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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