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권병창 기자] 과거 1920~30년대의 기자(記者)는 무관의 제왕(無冠의 帝王)으로 찬미했다.  

"기자의 펜은 전장의 총, 칼과 맞먹는 무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연민(憐憫)'을 알려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첫날 117명의 참여인원을 잇고 있는 카테고리 '문화·예술·체육·언론' 부문에 4일 청원을 시작, 다음달 6일 마감하는 무관의 제왕-기자의 신독어린 자세를 호소,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익명의 청원인은 "오래전 맹자가 말하길, 사람이 태어날 때 다른 사람을 딱하고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갖고 태어난다"고 주지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정치, 사회 특히, 언론에 이러한 '연민'과 '측은지심'을 찾아볼 수 없다."며 잘라 일갈했다.

청원인은 일례로 "조국 전 법무장관이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사실상 최대 권력을 가진 집단, 검찰의 개혁을 추진 했다."고 상기했다.

"그 결과 검찰이라는 최대 권력에 본인이 밉보여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탈탈 털리고 부정 당했습니다."

물론, 조국 전 장관의 과거 언행에 비추어 봤을 때 일부 일반 국민의 정서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 결과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었다 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그런데,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하늘이 내려준 천륜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은 것 밖에 잆는 아들, 딸이 그렇게 자신의 사생활이 전 국민에게 하나 하나 기사화 되어 알려져야 맞는 것인지"라며 지적했다.

청원인은 나아가, "이런게 기자들이 말하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고, 정의이냐"고 질시했다.

"지금은 권력하나 쥐고 있지 않는 '조국'이고, 그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자연인으로 살아온 가족들입니다."

그는 "단지, 무자비한 펜에 의해 이름이 알려졌을 뿐, 우리와 한낱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주지했다.

청원인은 이어 "기자들 본인들은 실명이 공개되는걸 그렇게 혐오하면서 일반인의 실명, 행적, 합격 여부 등을 그렇게 공개해도 되는 것이냐"고 채근했다.

"내가 꺼려하는 것을 남들도 꺼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입니까?

본인들의 글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입니까?"

청원인은 작금의 우려섞인 취재 관행을 두고, 걱정, 연민, 측은지심이라는 마음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며, 과연 죄 없는 자에 무분별하게 돌을 던져도 되는 것인지 개탄했다.

그는 끝으로 "최소한의 연민(憐憫)이 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을 원한다."며 소리없는 경종을 울렸다.

올곧은 언론창달의 최일선에 서 있는 취재기자에 자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이의 손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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