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그 많은 촛불들의 반대에 두 번이나 사과하면서도 진정성이 없었던 것을 보면서 충분하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기상천외한 방법이 실망 하나를 더했을 뿐이다.  

국민의 요구에 밀려 다시 협상을 하는 굴욕을 겪으면서도 방송 때문이라며 명예훼손으로 언론에게 칼을 들이대던 정부의 공언도 결국은 그 많은 촛불의 염원을 잠재우기 위한 실언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낸 셈이다.

14일 민주당 최규식 의원에게 제출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감사 자료를 보면 정부청사 구내식당은 작년 9월부터 올 9월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전혀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로 중앙청사와 과천청사는 물론이거니와 대전청사, 광주청사, 제주청사, 춘천지소 등 6곳 청사 모두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당장 나타나지도 않을 불안을 두고 시식회니 뭐니 하던 정부부처 관변단체 들도 결국은 다 쇼를 했을 뿐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것이다.

촛불집회가 분노처럼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결국은 피해는 고스란히 선택권 없고 선택권이 있다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먹을 수밖에 없는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돼 있다.

"모든 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공언했던 정부다. 특히 지난해 5월 7일 당시 정운천 농림부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미 쇠고기 수입재개 후 1년 동안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이겠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어떻게 했는가. 뒤돌아서서 미국쇠고기는 위험성이 없다며 PD수첩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통령은 또 지난해 4월 "미 쇠고기는 강제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되는 것"이라며 "선택은 우리 쪽에 있다"고 강조했었다.

이번에도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선택을 안 한 것이라면 청사를 지키는 전경들에게도 똑같이 했어야 한다. 정부와 공무원들은 먹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안 먹으면서 더구나 그들 전경의 지휘체계의 상부에 있는 간부들도 먹지 않았는데 오로지 전경들에게만 미국산을 먹게 한 것은 어느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일반인들도 표면적으로 선택권이야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먹게 되는 경우 때문에 차라리 소고기는 안 먹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판에 선택권도 없고 먹기 싫다고 안 먹을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논란이 많은 미국산 쇠고기를 제공 한다는 것은 정부의 또 다른 책임전가다.

미국산소고기는 처음부터 제대로 들어와야 하는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다. 들여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했고 들여와서도 위해요소를 거르거나 차단할 수 있는 방법마저 부실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했던 것이다.

더구나 미국산 수입쇠고기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첨가제를 모르는 사이에 먹게 되는 일은 아예 논란거리에서 명함도 못 내밀고 사라졌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를 한 집단에게만 먹인다는 것은 괴상한 상상력을 무한질주를 하게 만든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자신들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의 마루타로 국가에 봉사하는 전의경을 동원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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