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속 체온지켜 준 견공 덕분에 소중한 생명구해

<감사패(?)하나 받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구해낸 견공이 마당 한켠 바닥에서 한가롭게 누워있다./사진=홍성군 제공>

실신한 어르신 40시간 만에 기르던 반려견과 함께 발견
[홍성=모은아 기자] 90대 어르신이 여명이 동틀무렵, 집을 나선 뒤 실종돼 2km 가량 떨어진 논 바닥에서 반려견과 함께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화제다.

발견 당시 90대의 할머니는 농가축사 근처 논 한가운데에서 무려 40여 시간 만에 기르던 반려견과 함께 경찰에 의해 발견된 것.

2일 오후 홍성군과 서부면에 따르면, 실종 직후 경찰, 방범대,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합동 수색대가 인근 주변을 모두 수색했지만 새벽부터 계속된 비로 인해 난항을 겪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홍성군 서부면 거차리 논에서 하루가 26일 충남경찰청이 동원한 드론 장비를 투입한 끝에 위태로운 할머니를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출동한 경찰은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90대 어르신이 40여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반려견인 백구가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은 덕분”이라고 전했다.

93세의 할머니와 백구 사이에는 또다른 애틋한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언젠가 길에 버려졌던 유기견을 구조해 가족의 인연으로 맺은 할머니는 백구가 대형견에게 물려 폐사기로에서 빠졌을 때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주게된다.

그 이후 할머니와 백구는 단금지교(斷金之交)와 같은 두터운 교감으로 함께 지내는 사이로 발전했다는 후문이다.

25일 실종 당일에도 어르신을 따라나선 백구는 밤새 내리는 비에 추위로 쓰러져 있던 견주의 가슴에 기대 곁을 지킨데다 서로의 체온을 유지한 덕분에 생체온도반응 탐지 드론에 발견될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종으로 애가 탔던 딸 이모 씨는 “비가 온 날씨에 길어진 실종 시간으로 애간장이 다 녹는 줄 알았다."며 "은혜 갚은 백구 덕분에 엄마와 백구 모두 무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고영대 서부면장은 “40시간이 넘는 동안 한마음 한뜻으로 수색에 힘써 주신 경찰, 방범대, 마을 주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모두의 노고를 잊지 않았다.

고 면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서부면에서 이렇게 주인의 은혜를 갚는 백구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이와같은 좋은 소식만 전해질 수 있도록 면 발전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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