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끼워진 단추가 말썽이다. 역시 미국산 쇠고기는 끊임없이 문제다. 호주산은 아무 문제 없는데 어째서 미국산은 수시로 말썽인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목에 걸린 가시 같다.

이런 말썽과 탈이 일시적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해결 또한 기한을 장담하기 어렵다. 돈은 돈대로 갖다 바치고 건강주권까지 내주고 최악의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등신외교의 결과가 어디까지 그 후유증을 남길지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전에는 먹겠다고 공언하던 정부는 먹지 않고 청사를 지키는 전경들에게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인 것이 드러나 정부의 신뢰성을 깨뜨리더니 이제는 검역당국이 미국 쇠고기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건강이나 알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16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농식품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검역에 불합격한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15만3790㎏에 달한다고 한다. 24개 작업장이 94건을 위반했으니 작업장별 평균 위반건수는 약 4건에 해당한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해 11월 검역당국에 미국산 쇠고기 작업장별 검역위반 세부내역 공개를 요청하자 검역당국은 “해당 작업장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수출작업장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참 지랄같은 일이다.

공개청구를 거부하자 민변이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당연히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역당국은 공개를 거부한 채 항소한 상태다.

그뿐이 아니라  강기갑 의원이 확인한 결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행정소송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정보공개운영지침을 개정해 농축산물 수출입 합격 및 불합격 실적(회사명, 품목, 수량 및 수입일 등)을 경영·영업상 비밀보호란 이유로 비공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슬그머니 정보공개 지침을 개정해 버렸다.

이쯤되면 한국의 검역당국은 검역이 왜 필요한지 검역당국이 우리나라 기관이 맞는지 황당할 경지에 이른다.

정보공개청구와 소송을 수행했던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국민의 알 권리보다 외국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주겠다는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작업장들의 위반 실태가 공개되면 미국 업체들이 한국 수입위생조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것인데도 우리 검역당국이 왜 저자세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쇠고기 업체가 한국의 검역당국에 월급주고 자리를 보호해 주는 것도 아닌데 미국업체의 영업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지침을 개정해서까지 보호해 주는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 아닌가?

뿐만아니라 문제는 우리나라 농가에 대한 형평성에서도 제기된다. 국내 검역에서 검역당국은 도축과정에서 잔류물질 위반이 적발될 경우 적발일자, 농가주소, 도축장 이름까지 공개하고 있다.

국내업체를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외국업체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

더구나 검역당국은 국가 기관이다.  국가기관이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외국업체를 보호하는 일에만 신경쓰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역당국이 국내의 도촉과정은 사정없이 공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출작업장의 검역위반 내역은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강의원의 말대로 미국 쇠고기업체에 대한 굴욕이고 사대주의적 이며 국내 도축과정에 대한 이중잣대라고 질타 당해 마땅하다.

2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면서도 우리보다 수입위생조건이 훨씬 까다로운 일본은 검역당국의 홈페이지를 통해 위반업체의 상세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올 들어 지난 10일 일본 농림수산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수입금지 물질인 등뼈를 포함시켜 수출한 업체가‘타이슨 프레시 미트(Tyson Fresh Meats)’사라고 공개까지 했다. 

우리는 이것이 안되는 것인가? 안 된다면 왜 안되는지 설명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2년전까지만 해도 미쇠고기에 등뼈가 들었다고 되돌려보내던 정부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당당함과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부에 신뢰를 보냈었다.

우리 검역당국이 참여정부 때까지는 검역 불합격업체의 이름이나 작업장 정도는 공개 하던 것에서 왜 이렇게 굴욕적이 되었는지 해괴한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변질 등의 사유로 불합격되더라도 미국의 어느 업체가, 어떤 작업장에서 생산한 물량인지 우리 국민들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우리 정부가 미국 업체의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변질되고 위생적이지 않은 쇠고기를 그냥 먹어라? 먹기 싫어도 안 먹을 방법도 마련하지 않은 정부를 믿고? 

그런데도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책임진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미국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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