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아 기자/연세대학교 홍보팀 제공] 한복 입고 세계 일주를 떠난 기록을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올리면서 화제를 모은 연세대학교의 이영현 학생.

스스로를 21세기에 잘못 태어났다는 그는 한복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인플루언서 ‘조선여자 모나’로 활동하면서 한복의 아름다움과 그에 담긴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있다.

직접 한복을 입고 찍은 여행 사진, 체험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한복을 알리고, 단지 전통문화로서 한복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누구나 자연스럽게 재발견하고 일상 속에 들일 수 있도록 문화 가교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복은 ‘예쁜 옷’이 아닌 문화 

이영현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한복이 그냥 좋았다. 
명절뿐 아니라 보통날에도 시도 때도 없이 한복이 입고 싶어 부모님은 수시로 장롱 깊숙한 곳에서 한복을 꺼내야 했다.

그렇게 한복에 대한 애정이 유달랐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냥 한복이 좋았어요. 특별한 이유가 없었죠.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옷 중에 가장 공주 옷 같은 화려함, 풍성함 이런 것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친구들은 공주를 그릴 때 동화책에 나오는 서양 공주를 그렸지만 저는 특이하게도 동양 공주를 그렸어요.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제가 어린 시절부터 동양적인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한복을 더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요?”

고등학교 때는 여러 국제 행사에 참여하면서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한복의 가치에 대해서 몸소 깨닫게 됐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제주국제청소년포럼’ 행사에 패널로, 글로벌 환경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되는 환경 올림픽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한복을 입었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어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갈고닦은 외국어 실력도 출중했던 터.

이영현 학생이 한복을 남달리 좋아하는 것도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문화’의 매개로서 더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을 꿈꾸며 선택한 경영학, 문화로서 한복을 전하는 길을 열어준 동아리 활동 

한복을 유달리 좋아하고 또 현재 한복 관련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의외로 이영현 학생은 패션이나 아트 분야가 아닌 우리 대학교 경영학과를 선택한 경영학도다.

“사실 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너무 많아요. 중고등학교 때 천문우주학과 진학을 목표로 삼기도 했고, 미대를 준비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미대 입시를 그만두게 됐는데 비즈니스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좋아하는 예술과 비즈니스가 만나는 예술경영을 해보고 싶었죠.

예술경영 관련해서도 전시나 공연보다는 한복 등 전통문화와 결합된 여행 비즈니스를 많이 생각했고, 경영에 대한 지식이나 마인드를 배우고 싶어 경영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영현 학생은 학과 수업을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기본 지식과 시야를 갖춰왔다.

동시에 동아리 활동, 대외 활동을 통해서 전통문화와 한복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흥미를 충족시켰다.

특히 한국문화홍보동아리 ‘하랑’에서의 활동들은 가장 의미 있고 즐거운 경험이다. 

“2015년 창단 멤버로 하랑에 참여했어요. 문화의 하나로 한복을 일상에서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했어요.

<신촌 캠퍼스내 연세대의 상징인 독수리상에서 포즈를 취한 이영현 학생>

신촌, 홍대에서 ‘한복 데이’를 개최해 한복을 입어보는 체험, 전통 놀이, 전통 음식 시식 등이 어우러진 일일 축제를 열기도 했고 교내에선 ‘한복 입는 날’을 정해 매달 한 번씩 동아리 회원들이 한복을 입고 등교하기도 했어요.

아카라카나 연고전 때는 한복으로 단체복을 맞춰 참가해 시선을 많이 끌기도 했어요.”

이런 활동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한복의 일상화, 대중화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 경험들을 통해 이영현 학생은 한복 대중화의 한계를 깨달았다.

좋은 행사를 기획하고 다양한 접점을 마련해도, 어찌 됐든 한복은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옷이고,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한복을 입자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권유였다.

억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그는 스스로 한복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달았다.

그런 고민 끝에 그가 찾은 길이 ‘한복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그렇게 그의 SNS 계정에는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하나둘씩 채워졌다. 

좋아하는 것들의 교집합, 한복 입고 세계 일주 

한복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이영현 학생이 주목받게 된 것은 한복을 입고 떠난 세계 일주 사진이 공유되고 국내외에서 ‘핫’해지면서다.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아프리카의 유명 랜드마크와 어우러지는 한복의 색감과 멋이 돋보인 사진들 속에는 한복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마다가스카르, 사하라 사막, 페루 파론호수,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등 보통 사람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곳까지 여행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여행 그리고 아름다운 이색 문화의 아름다움에 누구나 끌릴 수밖에 없다. 반응은 뜨거웠다.

“사실 세계 일주를 통해 우리 문화를 홍보하겠다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또 의도치 않게 이뤄진 목표였어요.

실제로 여행을 좋아하고, 한복도 좋아하고, 사진 예술도 좋아하기 때문에 시도했던 일이었어요. 여행을 가서 내가 좋아하는 한복을 입고, 단순한 사진이 아닌 화보 같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것이 시작이었죠. 

이탈리아 밀라노로 교환학생을 가면서 세계 일주에 대한 꿈이 구체화됐죠. 유럽 교통의 거점 밀라노에서 ‘가고 싶을 때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현지 수업들을 이틀에 다 몰아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했고 출국 전에는 아르바이트를 3-4개 하며 여행 자금도 마련했어요. 

워낙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들이 즐거웠어요. 많은 분들이 놀라지만 오지까지 가는 세계 일주도 전혀 겁나지 않았습니다.” 

세계 일주를 하면서 때론 5000m 고산지대로 등산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챙겨야 할 것들도 너무 많았지만, 힘들었던 것보다 즐겁고 뿌듯한 기억들이 더 많다. 

특히 곳곳에서 만나는 전 세계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세계 일주 이전에 갔던 배낭여행에서와는 다른 반응을 느꼈다. 

“예전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는 기모노로 아는 분들도 있고 저를 중국인으로 보는 분들도 많았어요. 

한복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죠. 반면에 최근 세계 일주 때는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것을 많이 알아봤어요. 이전에는 신기하게 여기는 정도였다면, 세계 일주 때는 한국 문화임을 알고 관심을 보였죠. 

제게 그들의 문화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요. 한복을 통해 서로 간의 문화를 더 쉽게 교류할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BTS와 같은 K-pop 아티스트들의 영향이 크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한복이 힙(hip)한 문화로 재발견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복을 매개로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나눴던 일은 그에게 가장 큰 의미이자 현재의 영감이 됐다. 

이를 계기로 그의 SNS에는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이 방문하며 한복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반응도 이전보다 한층 긍정적으로 변했다. 

처음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인터뷰를 하면 “불편한 한복을 왜 입느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지만 지금은 “힙하다.” “아름답다.”라는 반응이 더 많다. 
이 변화를 몸소 느끼는 것은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 

지금도 이영현 학생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제주관광협회 등과 협업하며 국내 여행 관련 사진,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또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과 함께 한복 체험이나 한복 제작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하며, 자연스럽게 한복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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