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GP, 도라산전망대서 북쪽으로 1.5km 더 들어가야

<23일 오전 최북단 대성동 마을의 우뚝 솟아 있는 태극기가 손저으면 맞닿을듯 지척에 들어선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뒤 남북한의 냉전국면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판문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23일 오전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165m 높이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바람결에 펄럭인다.>

[DMZ 파주GP=권병창 기자] 금단의 땅, DMZ 평화의 길,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른 155마일의 DMZ,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던 그곳에서 우리는 '평화와 화합’을 비원했다.

DMZ(비무장지대)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사적 공간이자, 먼훗날 통일을 이뤄낼 화해와 희망의 공간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남-북한의 전쟁과 분단, 긴장과 상실이 아닌 새로운 '평화의 길-DMZ의 심장',비무장지대 최전선의 '철거된 파주GP'를 폐쇄한지, 1년여 만에 첫 답사했다.<편집자 주>

동-서 냉전이 거듭된 1936년 독일 베를린에서 월계관을 거머쥔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선수가 열차를 타고 금의환향한 철길, 바로 임진강 철교다.

2019년 8월 11일, 도라전망대를 개방된 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중단된 1년여 만에 재개됐지만, 환경부의 철새보호 정책으로 차량이동만이 가능하다.

육군 1사단 관할 Art Space 구간인 임진각은 1950년 6.25로 끌려간 납북인이 10여 만명에 이른다는 해설이다.

임진강 수변 철책에는 '평화의 상징', 3마리의 비둘기를 만들어 앉아있는 솟대, 지근에는 민통선을 통과하는 국내 유일의 곤돌라가 이채롭다.

<신도라산전망대에서 23일 오전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개성시내와 2020년 6월 16일 오후 2시 49분께 폭파시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원경>

3천여 개의 바람개비가 돌고 도는 '바람의 언덕', 고 정주영 전현대회장이 1천여 마리의 소떼를 몰고 방북한 ‘소떼다리’ 통일대교를 군의 삼엄한 확인을 거쳐 통과했다.

그 당시 美CNN 등 내외신이 세계로 타전하며 생중계되고, 가로지른 임진강에는 복어와 장어, 참게의 조업 어획량이 풍부했다.

통일대교를 좀 지나면 이정표에는 바로 평양까지 208km, 대성동과 JSA 공동경비구역, 판문점까지 고작 8km에 불과하다.

뒤이어 시야에 들어서는 백연교를 지나 남북출입사무소를 만나게 된다.
이 곳은 개성으로 향하며, 북한의 최고 인기를 누린 현송월이 소속된 북한예술단이 지나갔다.

북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파란 띠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다름아닌 '남방한계선'으로 서부전선에서 가장 높은 군사적,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한 해발 156m의 새로운 도라전망대가 손짓한다.

1년 여만에 민간인에 재개방된 도라전망대 3층에서 조망한 북한의 개성시내와 송악산 등은 때마침 맑은 날씨로 지척에 들어온다.

도라전망대를 축으로 왼쪽부터는 경의중앙선 철로, 중앙 부문의 개성공단, 먼발치로 들어서는 송전탑은 남한에서 보내는 전파를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북한으로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송신탑>

손저으면 맞닿을듯 눈에 들어오는 개성의 고층 건물은 러시아 식으로 지어졌으며, 남북한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확연하게 보였다.

인공기의 경우 도라전망대에서 1.8km 거리인 기정동 마을에 세운 깃발로 무려 274kg에 이르며, 성인 20~30여 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165m 철탑에서 나붓낀다.

반면, 대성동 선전마을의 태극기는 99.8m 높이에 이르며, 51가구 150여 명이 현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라산전망대에서 불과 2~3km에 이르는 최전방 GP는 군이 지정한 위장 지프에 탑승, 공동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중간 지점에는 1934년 건립된 구 장단면사무소가 흉물로 전락된채 파주시의 근대문화재로 지정돼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지근거리 국도 상에는 ‘죽음의 다리’가 현존하는데, 6.25 전쟁 당시 미군이 몰살당했으며, 중공군에 의해 한국군이 크게 희생돼 그만 오명을 얻게 됐다.

<23일 오전 개성시를 아우른 송악산이 먼발치로 시야에 들어선다.>

부대 차량으로 마침내 도착한 DMZ내 '철거된 파주GP'의 한 켠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의 소망나무’가 반겨준다.

그곳에는 지난 1951년 11월 24일, 한반도 광산 전투에서 전사해 명예훈장을 수훈했던 UN군의 비사가 구전된다.

<철거된 파주GP에서 도라산전망대(붉은 원안)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필자>

미군 제3보병사단 7연대 6중대 소속의 노이 오 나일일병을 추모하는 ‘평화의 종<사진>’이 아담하게 조성돼 일순 숙연한 속내로 옷깃을 여민다.

마지막 코스는 전운마저 감도는 최전방 파주 철거감시초소 GP(Guard Post)까지 투어단의 앞뒤로 실제 무장한 군 지프가 초경계 업무를 수행한다.

파주GP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이행을 위한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그해 12월 12일, 북측 GP와 겨우 700m에 불과한 '철거된 GP'를 남북간 상호검증을 마쳐 오늘에 이른다.

세기의 '파주GP'는 지난 ’80~’90년도 현대화 공사를 뒤로 DMZ 철책을 활용한 ‘DMZ 평화의 종’으로 재탄생, 더 이상 올라갈수 없는 최전선에 기념비적 상징물로 길이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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