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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상공인 돕겠다" 헛구호...서울 중구청 과잉단속 '도마위'서울시 을지로 노가리 호프골목 자영업자들 공분(公憤)
<서울 중구청사내 소상공인 손실보상 신청접수 플래카드>

코로나19로 매출 30% 불구, 정부와 엇박자 구정-중구청
11월,위드코로나 25일간 매일 단속...상가 과태료 등 부과   
중구 노가리호프골목상인會,지자체 과잉단속 분루 삼켜 
도로점용허가 및 점용료 징수조례 손질 절실, '갑질' 논란 

[권병창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래 매출이 30%로 줄었습니다. '위드코로나'였던 작년 11월, 매출을 끌어올리려 아예 도로점용료를 내며 노천 좌판을 깔았죠."

"그런데 매일 저녁마다 구청 직원들이 나와 (손님들이 보는데도)사진을 찍고, 규정대로 180㎝를 넘는지를 체크하더군요."

도로점유 폭 규정을 맞췄는데도 규정에 없는 1개 테이블 원칙의 고무줄 잣대를 들어 과태료 부과는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침체에도 불구, 마구잡이식 행정단속에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때문에 소상공인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생색내기로 앞서던 여당 소속 지자체가 무색한 대목이다.

심지어 과태료 부과기준을 벗어나 단속 공무원에 따라 다른건지도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마저 터져 나왔다.

<칼바람속의 한산한 노가리 호프골목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시사한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호프골목에서 맥주와 안주 등을 파는 한 음식점 주인의 하소연이다.

서울시 한 자치구가 구의 공식 규정을 벗어나는 애매한 도로점용 기준을 내세워 영업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인근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손실이 커진 소상공인 지원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나 대선후보자 입장과 대치되는 부분이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호프골목에서 12년간 장사를 한 60대 김모 사장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2019년 대비 30%까지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로 반짝 풀렸던 지난 11월.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마음에 25일 동안 코로나 이전처럼 노천 좌판을 벌여 장사를 했던 이주인은 98만원 상당 도로점용료 외 두 차례에 걸쳐 70만원이 넘는 과태료를 '뜯겼다'.

매일 저녁 장사를 시작할 때마다 사진기를 들고 찾아오는 중구청 단속직원 때문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조례에 애매한 규정을 들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장사를 못하게 하는 등 지자체 공무원이 야속한 게 이 식당주인 및 인근상인들의 심정이다. 

<중구청의 소상공인 신청 지원센터 초입>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을지로 일대 음식점은 옥외 좌판을 깔고 영업을 했다는 후문이다.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 제한 등으로 중단됐던 옥외 영업을 작년 11월 한달여간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방침에 따라 재개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이후 고 박원순 시장의 의지에 따라 중구 을지로 일대 노가리 호프골목, 골뱅이 등의 안주를 파는 호프집 등 음식점에 옥외영업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음식점은 일정액의 도로점용료를 내면 건물 밖 180㎝ 내부에 간이 테이블을 펴고 장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을지로 노가리 호프골목 음식점 경영자들은 구청의 지나친 단속 때문에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불만을 토하고 있다.

우선 영업을 시작하는 오후 6시경이면 구청 직원들이 대거 단속에 나선다. 

이들 직원들은 11월 한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건물외곽 180㎝ 내부인 '영업선'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또한 규정에 모호한 ‘테이블 개수’ 기준을 들이대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지적 또한 나왔다.  

'영업선'인 180㎝ 이내에서는 간이테이블을 몇 개 둬야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 단속 공무원들은 간이 테이블을 1개만 둬야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한 관계자는 “우선은 도로 점용 허가 자체는 도로 관리청 재량에 의해서 하는 거고 면적 같은 경우도 도로관리청 재량이다”면서 “주변을 통행하는 보행자들의 통행이나 이런 게 지장이 없는 한도가 아마 1m80cm 정도로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 허가 처리를 하는 팀이 있고, 단속이나 정비를 하는 팀이 따로 있다”며 “현장 단속을 나갔다가 업주측과 몸싸움이나 언쟁 등은 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로정비팀이 매일같이 저녁마다 현장 및 관내를 쭉 돌면서 도로 점유율 위반 사항이 있는지 없는지 점검하고 단속을 한다”며 “아마 그런 과정에서 단속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꼭 유쾌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단속 과정에서 음식점주들에 대한 '갑질' 논란도 흘러 나오고 있다. 
한 음식점주의 경우 특정 공무원에게 간이 테이블을 1개만 둬야한다는 규정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해당 공무원은 곧바로 '주둥이 닥쳐!'라는 표현까지 불사하며 점주의 발언을 중단시켰다는 후일담이다.

이 점주는 "규정에 대해 물어봤다고 나이도 어린 공무원이 곧장 욕설을 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점주는 이후 공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중구에서는 해당 공무원 대신 다른 공무원이 사과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무마했다는 씁쓸한 전언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호프골목은 12월 이후 방역방침에 따른 시간제한 및 날씨가 추워진데다 위드코로나가 폐지돼 더이상 옥외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해당 점주는 지난 한달간 규정대로 영업을 하면서 구청의 갑질에 시달린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점주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혈세를 무상으로 퍼주면서까지 돕겠다는 자영업자들에 대해 정작 영업을 하는데 '갑질'로 피해를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특히 공무원에게 말대꾸를 했다고 욕설까지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분루를 삼켰다.

대한일보  sky76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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