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석하라" vs "체포영장 집행하라"

검찰의 표적수사와 전 총리의 수뢰의혹을 둘러싼 검찰력 행사가 딜레마에 빠지며 일대 공전을 맴돌고 있다.

더욱이 체포영장을 손에 쥔 검찰이 한명숙<사진> 전 국무총리에게 자진출석을 재차 요구했지만, 한 전 총리는 스스로 검찰청사에 나오지는 않겠다며 체포영장 집행을 재촉하는 등 기현상을 낳고 있다.

한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16일밤 한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지만 곧바로 집행하지 않고 다시금 출석요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로써 당초 11일과 14일 두차례 출석을 통보했다가 "더 이상의 소환은 무의미하다"고 발을 뺐던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모두 세차례 자진출석을 요청했다.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인 한 전 총리에게 가급적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쪽을 택해 `표적수사라는 야권의 공세에 휘말리지 않고 정치와 철저하게 분리된 상태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검찰로서는 한 전 총리에 대해 발부받은 체포영장이 당장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한 전 총리 측에 대해 명분과 정당성에서 우위를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압박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자진출석하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고 나선 만큼 검찰은 결국 마지막 수순인 강제구인을 시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할 필요를 못느낀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할 것"이라며 즉시 체포영장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받아 놓고도 출석을 유도하고 한 전 총리는 자진출석은 거부하면서 오히려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는 `기싸움 양상으로 번진 것이다.

검찰은 일단 출석요구 기한인 18일 오전 9시까지는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한 전 총리가 최종적으로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같은 날 오후에라도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측이 일관되게 출석 불응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다 체포영장 집행마저 촉구하는 마당에 계속 집행을 미뤘다가는 오히려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강제구인에 순순히 응한다고 해도 주변에 포진한 야권 인사들의 반발로 체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고, 한 전 총리가 조사실에 앉더라도 묵비권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여 검찰은 결국 형식적인 조사를 거친 뒤 불구속 기소로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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