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로부터 10조원대의 돈방석을 만든 은행들이 사회환원에 겨우 1%만 내놔 사회적 책임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조원대의 이익을 챙긴 은행등이 사회에 환원하는 비율은 1%가 조금 넘어 상장사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은 물론 올 상반기까지 기부금도 전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도 비용의 30%를 홍보나 마케팅 성격이 강한 문화, 스포츠, 예술 분야에 지출해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해외 금융회사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미흡하다고 보고 사회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부터는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관련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 은행들 기부 종업원들 기부금 포함해고 짠수준 

◇ 국계은행들 기부에 더 인색 


8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0조원이 넘었지만 재무제표상 기부금은 약 1천200억원으로 순이익의 1.2%에 조금 못미쳤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종업원 복지 관련 기부금을 포함하고 계산을 해도 은행들의 기부금 비율은 재벌닷컴이 조사한 지난해 상장사들의 수치 2.6%에 비해 훨씬 낮았다.

또 은행들은 순이익이 2006년 9조1천299억원에서 10조5천308억원으로 1조원 이상(15.3%) 늘었는데 기부금은 1천266억원에서 1천251억원으로 오히려 줄었으며 올해는 상반기까지(일부 은행은 5월까지) 약 650억원으로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외국계 은행들이 특히 기부에 인색해서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해 2천799억원과 4천681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기부금은 이익금 대비 각각 0.38%와 0.64%인 18억원씩에 그쳤고, 외환은행은 9천609억원이나 벌고도 기부금은 28억원에 불과해 이익금 대비 비율이 0.29%로 주요 은행들 중에 가장 낮았다.

외환은행은 올 상반기까지 기부금이 153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고객 돈인 휴면예금 129억원을 재단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24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시금고 영업권을 따내는 대신 지자체에 관련 이익의 일정 비율을 기부하는 관행이 있는데 외국계 은행들은 시금고 영업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부금이 적게 나오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순이익이 2006년 1조6천427억원에서 지난해 1조7천774억원으로 8% 넘게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260억원에서 184억원으로 줄여 이익 대비 비율이 1.58%에서 1.04%로 떨어졌다.

기업은행도 이익이 1조533억원에서 1조1천679억원으로 10% 넘게 증가하는 동안 기부금은 100억원에서 89억원으로 감소해 기부 비율이 1%도 안됐다.

 다만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올해 들어서는 각각 166억원(5월까지)과 72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많이 늘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220억원을 기부해 이익금 1조515억원 대비로는 2%가 넘었고 올해 들어 5월까지 98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 315억원과 379억원을 기부해 금액으로는 많았으나 2조원이 넘는 이익(2조7천738억원과 2조513억원)에 비해서는 1.14%, 1.85%에 그쳤고 올해 들어서는 국민은행이 120억원, 신한은행이 124억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은행들이 돈을 벌어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이 2조원이 넘었고 그 중 65%인 1조6천550억원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간 점 등을 감안하면 기부금은 턱없이 적은 규모다.

작년 은행ㆍ금융지주사의 배당금은 국민은행이 8천241억원, 외환은행 4천514억원, 신한금융지주 3천566억원, 기업은행 2천635억원, 우리금융지주 2천15억원, 하나금융지주 1천695억원 등이다.

◇ 사회공헌 순수성도 의문


올들어 이달 26일까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 SC제일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의 사회공헌 금액은 574억6천300만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에 순수한 사회공헌으로 볼 수 있는 지역사회.공익 부문은 10.6%에 불과했으며 환경은 1.4%에 그쳤다.

반면 문화.예술.스포츠 등에 대한 지원액은 약 216억7천200만원으로 전체의 27.4%를 차지했다. 이 분야는 스포츠 구단 운영이나 문화 행사, 공연 등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은행의 홍보나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하나은행은 174억원의 사회공헌 금액 가운데 40.1%인 69억7천만원이 문화.예술.스포츠였으며 국민은행도 약 240억원 가운데 40% 정도가 문화.예술.스포츠가 몰렸다.

학술.교육 분야 역시 문제점으로 순수한 사회공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대학에 지점을 내기 위해 대가성으로 내는 기부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4년제 주요 대학교에 지점을 내는 데 필요한 기부금이 10억원을 넘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은행 산하 연구소에서 실시하는 학술 행사와 자체적인 필요에 의해 외부에 연구 용역을 준 경우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사회공헌 금액 47억1천100만원 가운데 무려 89.7%인 42억2천500만원이 학술.교육에 몰렸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각각 사회공헌액 180억4천400만원과 117억9천만원 가운데 학술.교육이 72.1%와 61.5%를 차지했다.

외환은행은 23억7천만원 대부분이 지역사회.공익 부분을 차지했지만 환경 부문은 전무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사회공헌을 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은행 홍보에 도움이 되는 쪽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저소득층을 포함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금액을 늘려 실질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감독당국 경영실태평가....사회책임경영 강조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말 은행검사 매뉴얼을 개정해 하반기 은행의 경영실태평가(CAMELS) 때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경영관리 부문에 본격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사회공헌활동 평가 항목에는 , 사회공헌 전략 및 전담부서 설치 유무, 담당인력의 규모 및 전문성,기적이고 고정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 여부, 사회공헌활동 공시의 적정성 등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지난 주 종합검사에 들어간 SC제일은행부터 새 매뉴얼을 적용하고 있으며 하반기 종합검사가 예정된 대구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사회공헌활동 평가는 비개량적 평가 항목으로 이익 대비 기부금 규모와 활동내역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각 은행별 상황에 따라 기준을 달리하는 질적 평가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별로 1~2년 단위로 실시되는 경영실태평가에서 일정 수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은행은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며 높은 점수를 받은 은행은 검사 주기가 짧아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회공헌활동을 은행 종합검사에 반영키로 한 것은 사회공헌활동을 내실화하고 사회책임경영을 확대하라는 취지"라며 "국내에선 최근에서야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내 금융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이 해외 금융회사에 비해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상임 집행위원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은행들은 재벌에 비해 사회공헌활동이 부진하고 사회 공헌기금 출연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며 "은행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위해 기금이나 재단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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