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대부분의 기업에 비해 손해보험사들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어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싱글 벙글인 이유는 주력 사업인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보험업계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수지가 올 들어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년간 보험료 인상과 사고 건수 하락 등에 힘입어 손해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율이란 보험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중 실제 보험금으로 지급한 비율로,낮을수록 보험수지가 개선된다.

2006회계연도에 78.7%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72.7%로 낮아졌으며 2008회계연도 들어서는 70%대 밑으로 떨어졌다.

LIG손해보험의 차보험 손해율은 4월 69.3%,5월 67.5%를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5월 손해율은 63.2%로 떨어졌고 동부화재도 6월 손해율이 65%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
현대해상 등도 4월 이후 손해율이 67% 안팎으로 낮아졌다.
차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유가 상승으로 자동차 운행 횟수가 감소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기름값 급등과 화물연대 파업으로 차량 운행이 줄어 사고율이 감소하면서 손해율이 개선되고 있다"며 "1분기(4~6월) 전체 손해율이 67%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인 자동차보험의 수지 개선에 힘입어 순이익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화재의 지난 5월 순이익은 5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256억원(64.2% 증가),동부화재는 319억원(68.4% 증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손보사는 통상 손해율을 71~72%로 예상하고 보험료를 결정한다.
이후 실제 손해율이 예정 손해율을 초과하면 보험료를 올리고,그 반대면 보험료를 내리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조정해 왔다.

실제 손해율이 예정 손해율을 크게 초과한 2006년에 손보사들은 차보험에서 8968억원의 영업적자를 봤으며 2007년에도 4172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 들어 손해율이 예정 손해율 밑으로 떨어지면서 차보험 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손보사 관계자들은 "손해율이 이처럼 내려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보험료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금융당국 및 소비자단체 일각에서는 "차보험에서 흑자를 내는 만큼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을 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 1~2년 동안 차보험료를 평균 15%가량 인상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손보사 임원은 "고유가 여파로 자동차 사고 건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4~6월은 계절적으로도 손해율이 낮은 시기이며 여름 휴가철과 9월 이후 위자료 인상 등 보험금 지급 기준이 상향되면 또다시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인하 여부는 손해율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은 "국민이 고유가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최근 사면된 면허 취소자들까지 운전을 시작하게 되면 손해율이 다시 올라가 당장 보험료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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