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의 침몰위기로 떠밀린 허정무 감독이 난적 일본을 제물로 극적인 탈출에 신승했다.

허정무 감독(55)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0동아시아축구연맹선수권대회 3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준 뒤 이동국 이승렬 김재성의 릴레이골로 3-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0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32년 만에 사상 첫 패배를 맛봤던 한국은 숙적 일본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54)의 오카다 재팬은 다시 한 번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역전패를 당해 2010남아공월드컵을 불과 4개월 여 앞두고 일본 축구 팬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말았다.

일본과의 71번째 A매치에서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둔 한국은 통산 39승20무12패를 기록했다. 2000년대 이후 팽팽했던 흐름(2승4무2패)도 한국이 3승4무2패로 앞서나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양 팀의 경기는 초반 탐색전 이후 일본의 근소한 우세로 흘렀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21분 일본의 프리킥 상황에서 강민수의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엔도 야스히토는 완벽하게 이운재를 속이고 선제골을 만들었다.

경기 시작 30분도 되지 않아 김정우와 강민수, 김보경이 연달아 경고를 받아 다소 위축되는 듯 했던 한국은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8분 만에 이동국의 페널티 킥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세웠다.

한국은 이승렬의 스루패스를 받은 김보경이 우치다 아쓰코의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얻었다. 이동국은 키커로 나서 일본의 골키퍼 나라자키 세이고를 속이고 골 망을 흔들었다.

동점골이 터진 이후 일본을 매섭게 몰아붙인 한국은 전반 38분에 이승렬의 중거리 슛이 나카자와 유지의 몸에 맞고 굴절된 뒤 일본의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를 뒤집은 한국은 예상하지 못했던 다나카 툴리오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잡으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선제골이 된 페널티 킥을 유도했던 툴리오는 일본의 프리킥 상황에서 강민수와 얽혀 넘어진 뒤 일어나는 과정에서 강민수를 왼발로 가격, 경고 없이 곧바로 퇴장 당했다.

이동국의 강력한 슈팅으로 후반을 시작한 한국은 전반과 달리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후반 시작 6분 만에 김정우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해 상승세가 위축되는 듯 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10분, 활약이 좋았던 이승렬을 빼고 구자철을 투입해 승리를 굳히기 위해 허리를 강화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정우의 퇴장으로 수적열세를 벗어난 일본은 다시 한국의 골 문을 향해 거센 공격을 재개했고, 이에 한국은 후반 16분에 이동국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결국 한국은 후반 25분에 터진 김재성의 쐐기골로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다시 한번 통렬한 승리에 못을 박았다.

이근호와 패스를 주고받은 김보경이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중앙의 김재성에게 공을 내줬고, 김재성은 차분히 오른발로 일본 골대의 빈 곳을 향해 공을 꽂았다.

일본은 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후반 들어 부진했던 다마다 게이지를 빼고 사토 히사토를 투입해 골 사냥에 나섰지만, 결국 경기는 추가골 없이 한국의 3-1 승리로 파이널을 장식했다.

<정리=강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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