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서 석사모…중년남성의 등산 연구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 16좌 등정의 위업을 세운 `산악인 엄홍길(50)씨가 26일 한국외대에서 석사모를 쓴다.

엄씨가 한국외대 대학원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한 것은 2006년 3월. 마흔여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것은 전공인 등산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엄씨는 25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산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등산이 사람의 건강과 정신에 얼마나 좋은지를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싶었다"고 입학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에 다닌다고 등반을 멈출 수 없었기에 등반과 학업 일정을 맞추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등산이 중년 남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도 전혀 녹록지 않았다.

엄씨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등산을 하는 중년의 남성과 그렇지 않은 일반 중년 남성의 건강과 정신을 비교 분석했다. 일반 남성을 섭외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논문을 준비하는데 1년가량 걸렸다"고 털어놨다.

중년남성의 등산에 관한 생리학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엄씨는 "등산을 주기적으로 한 사람이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측면에서 뛰어났다"며 신체적 자신감이 긍정적인 사고와 도전의식, 성취욕에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2005년 11월 희망원정대라는 이름으로 20대 지적장애인과 함께 5박6일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일대를 등반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산을 접하기 전후 사람의 변화도 소개했다.

엄씨는 "평소 범접할 수 없었던 정상을 스스로 올라갔을 때 느끼는 희열이 평소 자학하고 주변을 탓하던 부정적인 마음을 대신한다.

안나푸르나를 함께 간 한 장애인은 지금 긍정적인 마음으로 제빵기술을 배우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엄씨는 대학원에 앞서 2002년 3월 한국외대 중국어과에 입학하면서 이 대학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중국 인근의 히말라야를 자주 등반하다 보니 일차적으로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티베트 고원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고봉이 많았는데 거기를 오르기 위해서라도 중국어를 알아야 했다"고 늦깎이 대학생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산은 언제나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수양의 길을 이끈다"며 등산 예찬론을 펴는 엄씨.

그는 다음달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진학해 그토록 사랑하는 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