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은 성장위주 정책기조 탓
환율만 손질 경제운용 방향 유지 해석

7일 청와대 개각을 놓고 최소한의 시늉만 낸 개각인데다 정부 경제팀의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울 유임시키면서 최중경 차관만 전격 경질하자 기획재정부는 차관이 장관을 지휘하는 부처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만수 구하기 개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하반기에 물가안정에 정책이 초점을 맞추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신뢰성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강 장관을 유임시킨 것과 관련해 "국정의 연속성 측면에서 각료 자주 바꾸는 것 좋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그런 점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차관을 경질한 데 대해서는 "환율관리의 실무적 최종 책임자는 차관"이라며, "모든 책임을 차관에 묻는 것은 아니고, 여론을 감안해서 일단 실무 책임자를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지난 2003~2004년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했다가 수조원을 날린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 청와대의 이번 최 차관 경질에는 최 차관의 이런 경력을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고유가 상황에서 물가급등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환율을 끌어올린 것을 차관의 실무적인 실수라고 보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강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대외 균형(경상수지)과 대내 균형(물가안정)이 충돌할 경우에는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외 균형이 최우선 정책과제"라는 말로 그것이 경제팀의 결정이었음을 여러차례 확인한 바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 차관은 장관을 보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동안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문제제기는 고환율정책에 국한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까지 나서서 강만수 장관 교체를 주장했던 것은 상반기 경제정책 전반이 잘못된 상황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강 장관은 경상수지 방어 명목으로 환율 상승을 부추겼을 뿐 아니라, 금융통화위원회로 하여금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물가관리는 특정 품목을 정해놓고 특별관리하려는 전근대적 발상으로 접근했다가, 결국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은 성장에서 안정으로 정책기조의 전환을 이루어야 할 때이고, 이러한 정책기조 전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시대착오적인 대응방식만을 펼친 경제팀이 말만 바꾼다고 신뢰할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보다
소망교회 인맥인 강 장관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개각 내용을 보면, 청와대가 강 장관에 대해서는 경제운용 철학이 맞다고 보고 그대로 신임하고, 환율 부문만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고유가 상황을 감안해 부분적인 정책 수정은 하겠지만, 큰 틀에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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