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웠던 옛 구미 농경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7호 구미발갱이들소리 보급이 전수관 개관으로 훨씬 쉬워졌다.

구미시는 지난 25일 남유진 시장, 김교승 구미문화원장을 비롯한 각급 유관단체장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가졌다.

전국무형문화재단체인 두레소리(회장 고순옥 제주민요연구소장)와 홍성결성농요, 동두내옛소리, 통진두레놀이, 갈곡들소리, 제주민요 등 5개 단체, 발갱이들소리보존회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문을 연 구미발갱이들소리전수관은 발갱이들소리 유래지인 구미시 지산동 107번지 일원 3,520㎡의 부지, 연건평 1,215㎡에 건립됐다.

국비 16억, 지방비 20억 포함해 총 36억원이 투입됐다. 지상 2층 건물에 연습실과 영상홍보실, 기록보관실, 숙소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마당에는 야외공연장도 설치됐다.

구미시는 전수관이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구미발갱이들소리전수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단법인 발갱이들소리보존회(이사장 마창오)에서 위탁,관리하도록 했다.

발갱이들소리보존회는 앞으로 전수관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특별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보존회원들의 연령이 고령화 추세에 있는 만큼 지속적인 전승을 위해 학생들과 청년들이 발갱이들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한편 장학생도 꾸준히 발굴 육성하는 등 발갱이들소리 보존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전수관 개관으로 새로운 보존과 전승의 기회를 맞게 된 구미발갱이들소리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7호로 발갱이들인 구미시 지산동 샛강 생태 자연습지 일원에서 매년 농사철을 맞아 시연회를 열고 있다.

농경사회 도작(稻作)문화의 단면을 실감나게 보여줄 예정이다.

첫째 마당인 신세타령(어사용)을 시작으로 가래질소리, 망깨소리와 목도소리, 모찌기소리, 모심기소리, 논매기소리, 타작소리, 치나칭칭나네 등과 베틀소리, 구미지방토속 상여소리, 달개소리, 영남아리랑 등 모두 13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1982년, 고 김택규 전 영남대교수를 비롯한 구미지역 전통문화에 뜻을 둔 사학자들과 구미문화원에서 조사 채록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됐다.

이후 총 10마당을 재정립하고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경북도 대표로 출전해 민속부문 우수상인 문화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발갱이들소리의 유래지인 발갱이들은 지산동 일대에 위치한 넓고 기름진 평야로 예로부터 두레와 품앗이 등 공동체 농경문화가 형성되면서 농사의 피로를 풀고 풍년을 기원하는 토속성 짙은 노동요가 발달한 곳이다.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의 마지막 격전지이기도 한 발갱이들은 당시 전투에서 칼로 물리쳐 발본색원 했다하여 발검들이라고 불리었고 이것이 발갱이들로 변형된 것이다.

고려 건국에 연관된 역사성과 농경문화를 간직한 구미발갱이들소리는 첨단산업도시 구미가 농업사회였던 과거에는 넓은 평야와 기름진 옥토로 식량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노동요이기도 하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의 역사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발갱이들소리가 전수관 개관을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 시장은 "구미시민의 전통문화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여가기 위한 보고(寶庫)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미=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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