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이 본격화된 이후 청와대와 정부·여당·재계가 앞다퉈 ‘미국산 쇠고기 먹기 운동’을 벌이는 이상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쇠고기 졸속협상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고  안전한 쇠고기를 먹게 해달라는 국민과의 소통은 공안정국으로 몰고 가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미국축산업자나 할 법한 광고나 시식에 국민의 시선이 좋을리 없다.   

미국 쇠고기에 대한 검역주권을 찾기를 바라는 재협상요구의  촛불 민심이 여전히 높은데  정부가 수입 쇠고기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언제 정부가 한우 축산 농가를 위해 그렇게 시식하고 광고를 해줬는지 기억에 없는데 그 사이 한우값은 폭락을 거듭, 축산농가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그 마당에  9일 낮 서울 화곡동의 한 음식점에서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 재계·의료계 대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가 열렸다.

손 회장은 “오늘의 행사가 광우병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사실 지금 정부에서 홍보하는 그 쇠고기는 작년에 뼈조각 발견으로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30개월 미만 뼈없는 살코기다.

진정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해줄 요량이라면 8월에 들어오는 30개월 이상 내장과 척수등 으로 만든 내장탕등을 자주 먹는 것이 제대로 된 홍보다.

물론 그것도 미국을 위한 것이지만 말이다.

 앞서 8일에는 김형오 국회의장, 이윤성 부의장 내정자를 비롯한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100여명이 국회에서 ‘미국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시식회를 가졌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한우보다 맛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예찬론을 폈다. 이날 청와대 구내식당에도 점심메뉴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버섯불고기가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서 귀국하는 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겠다”고 공언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를 사다가 손자와 먹었는데 맛있고 좋았다”고 시식 소감을 밝혔다.

한우는 구박하고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보다 맛있다며 홍보하는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 청와대의 이런 이상한 행태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모 법률자문회사 임원은  “일국의 정부와 여당·재계 인사들이 다국적 기업인 미국 축산업자들의 홍보역할에 나선 비정상적인 시식쇼”라며 “국민 여론은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한우협회 남호경 회장은 “쇠고기 협상을 잘못 해놓고 미국산 쇠고기만 선전하는 게 한국 정부인지 미국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렇잖아도 힘든 한우 농가의 시름은 미국산 쇠고기만을 홍보하는 정부때문에 더욱 깊어지고 있다. 쇠고기 협상 체결 이후 가격 하락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우를 기르고 있는 축산농가들은 “20㎏짜리 사료 한 포대값이 1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0%가량 오른 반면 600㎏짜리 소값은 지난해 540만원에서 현재 480만원대까지 떨어져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판”이라며 아우성인데 정부는 미국정부처럼 한우가 맛없다는 말만 하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라고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고급육지원 등 허울뿐인 것들이다. 

이렇게 정부와 국회까지 나서서 미국쇠고기 홍보를 하는 꼴을 보면 한우는 곧 사라질 것 같다. 정부 말대로라면 맛도 없고 비싼 한우를 누가 먹겠는가. 한우 망하라고 쇼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한우를 파는 식당들도 매출이 반 이하로 줄었다고 하소연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산 청정 한우’ ‘한우만 사용합니다’라는 문구를 붙여놔도 손님들이 좀처럼 들지 않아 업종 전환을 고민 중인 한우 음식점들이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정부가 할일은 세금들여 가며 해주고 있다.  고유가에 망가지는 증시에 고환율에 물가 상승 도대체  한가지도  제대로 되는게 없으니 한숨은 언제 멈출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