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장의 발파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이 정신적 피해 등을 입었다면 그에 상응한 손해배상이 타당하다는 이색 결정이 나왔다.

이번 사건은 무분별한 공사장에서의 발파작업 중 소음피해를 인정한 첫 사례로 이목을 끌고 있다.

4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남재우. 이하 분쟁위)는 서울 성북구 D아파트 건설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시행사와 시공사는 총 6천600여 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이 사건은 성북구 길음동 H아파트 입주자 390명이 인근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발파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시행사인 K제7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인 D건설(주)를 상대로 피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이다.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이 신청인들 아파트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건설장비에 의한 최고 소음도는 74dB(A), 발파소음에 의한 최고 소음도는 84dB(A)로 나타났다.

시공사는 공사장 부지경계선에 방음벽 설치와 이동식 방음벽 운영 등 소음저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도심 한 가운데서 시행된 발파와 건설장비 소음은 인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피해를 준 것으로 인정됐다.

현행 환경피해 인정기준은 건설장비에 의한 소음 70dB(A), 발파소음 80dB(A)로 명문화 됐다.

피해 배상액은 실제 거주기간, 평가소음도, 최근 배상사례 등을 고려해 신청인 357명에 대해 1인당 14만4,000원 ~ 18만6,000원으로 산정됐다.

발파소음에 의한 정신적 피해액은 건설장비에 의한 소음 피해액에 20%를 가산, 산정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그동안 발파소음에 의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한 사례가 없었지만, 올 1월부터 신청된 사건은 발파소음 80dB(A)을 초과하는 경우 정신적 피해를 인정할 수 있도록 배상액 산정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발파공사 시행자들에게 환경피해를 줄이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는 공사 시행방안 강구가 필요한 때임을 강조했다.

환경분쟁위 김금임 심사관은 “작년까지는 일선 공사장에서 발생한 발파소음의 정신적 피해는 심사에서 제외됐으나, 올 초부터 개정 법규를 적용받아 상응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분쟁위의 결정에 따른 이의제기는 60일내 수용여부를 가리도록 하지만, 번복이 필요할 시는 관할 지방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 제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순주 기자>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