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20일 토요일.

1년도 넘게 벼른 일을 번개 불에 콩 구워먹 듯 해치운 하루였다.  경북 문경읍 갈평리 560에서 8대째 도자기를 굽는 관음요(호 미선, 김선식)와의 인연은 철저한 우연이였다.

 

 

2009년 빛 좋은 어느 6월에 상주에 들렀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일이 좀 일찍 끝났고 마침 같이 갔던 언론사 간부의 고향이 상주 쪽이라 우리는 천천히 시골길을 둘러보기로 의기투합 했었다.

그리고 그 의기투합을 마치자마자 소나무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변호사와 소나무를 많이 좋아하는 나 그리고 소나무를 사다가 집주변을 꾸미는 언론사 간부 세 사람에게 잘생긴 소나무들이 있는 정원이 딱 포착된 것이다. 우리는 일단 차를 세우고  빨려들어 가듯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사진 허락을 구하기 위해 들어선 그 곳, 잘생긴 소나무들이 정원에 살고 있는 그 집이 도자기를 빚는 가마 관음요였다. 한 마디로 관음요는 우리에게 미리 준비된 유혹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인장인 김선식씨와 부인 허태경씨는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우리들의 무례에도 경계심 없이 오히려 맛 좋은 발효차까지 내주며 대접해 주었다. 한마디로 두 부부는 선비같이 청아하고 단아한 사람들 이었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자긍심이 가득하되 장인의 까칠함도 없었고 따뜻하면서도 깍듯하고 편안했다. 

 

그리고 그가 안내한 곳에 들어간 우리는 방에 가득 채워진 특이하고 멋진 도자기들을 보고 당연한 수순처럼 탄성을 질렀었다. 젊은 김선식씨가 8대를 이어온 도자기 장인이었던 것도 신기했지만 큰 방안을 가득 채운 도자기들은 참으로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철의 녹물색을 입혀 붉게 흘러내린 커다란 달항아리의 독특한 문양에 놀라고 투박하지만 정감 있고 세련된 다양한 다구들을 보면서 눈을 호사시켰다.

다기세트를 보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던 변호사가 당장 구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김선식씨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손님으로 들른 사람에게 도자기를 팔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가마를 열 때 연락을 주겠다며 그때 제대로 구경도 하시라고 했다. 우리는 숨을 크게 고르면서 흥분된 마음을 억누르고 진한 여운과 차향을 안고 서울로 왔다.

그렇게 다시 들른 관음요 전시관 금우문화재단에는 우리가 전에 보았던 항아리들이 밝은 곳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알찬 문화적인 공급의 현장에서 다시 마주친 그들 부부는 김선식씨가 전시회 때문에 신경을 썼는지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예전과 다름없이 단아하고 친절했다.

맛좋은 차를 마시고 전시회를 구경하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연락을 기다렸는데 안 해줘서 서운했다는 말을 전하자 “바쁘신 분들이라 연락을 드렸다가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부담만 될 것 같아 자제했는데 다음부터는 빼놓지 않고 연락드리겠다”며 웃었다. 그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가 우리를 위한 배려였음에 인연이란 것이 정말로 신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blog.daum.net/poorun21/?t__nil_login=myblog 에서도 보실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