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목표는 ‘나누다’”/도전과 희망 재능나눔운동 홍보대사 엄홍길

최북단에 위치한 대청도에서 줄곧 학교를 다녔던 백모 군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교육 한번 받지 않았던 백군의 뒤에는 해병대 장병들이 꾸린 ‘주말학교’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다.

최근 나눔의 의미가 물질적 기부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사회취약 계층과 함께 나누는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2011년 신년기획으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행복하게 하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고 있는 재능 나눔과 봉사 현장을 조명해 본다.

‘재능나눔운동-그게 뭐야?’ 작년 한 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했지만, 처음 들어 보았다면 그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대게 고되고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는 ‘봉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역량을 사회취약 계층과 나누는 것, 그것이 재능 나눔이다.

히말라야 8,000m급 산 16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고 내려와 산이 나에게 준 가르침은 ‘나누다’였다.

그것이 제 2인생의 목표가 되었고, 내가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이다.

8,000m 급 산에 오르며 겪었던 위험한 상황을 극복한 이야기, 동료들을 잃은 슬픔과 고통 등 산행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주어 사람들에게 도전과 용기,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억지로 그러려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이 나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삶의 현장에서 목숨을 내건다는 심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재능나눔’이라는 것은 나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돈이 없어 제때 치과치료를 못 받는 기초생활수급 가정 아이들 20여 명에게 치과의사의 진료, 지역아동센터의 부족한 교사인력의 자발적인 충원, 이주민 여성 15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메이크업 전문기업의 메이크업 강좌 등등 재능나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내놓음으로써 봉사가 생활의 일부분이 돼가고 있다.

평생 산이 좋아 산에 올랐던 엄홍길은 산에게서 나눔을 배웠다. 산은 모든 것을 나눈다.

나무도 아낌없이 나누고, 물도 나누며, 온 세상의 대자연이 아낌없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서로 나누고 있다.

나에게 있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면…. 산을 내려오면서 내가 계획한 제 2의 인생은 산이 안아 주었던 것처럼, 받아 주었던 것처럼, 이제 힘겹고 어려운 사람들을 힘껏 끌어 안아주는 것이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지난해 5월5일,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길에 있는 팡보체 마을(해발 4,060m)에 ‘팡보체 휴먼스쿨’을 세워,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가난을 대물림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을 내려와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 엄홍길. 암 투병 중인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 가난으로 인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 굶주린 아이들, 방황하는 청소년들.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지난 20년간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행을 한 경험 속에서 배운 ‘도전’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함께 해발 2,744m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도 올라보고, 난치성 암에 걸린 환자들과 병을 이겨 내자며 암벽을 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시각장애인 200여 명이 참여하는 등반대회를 함께하며 그들이 눈이 되어 산을 올랐다.

물론 물질과 시간으로 봉사할 수 있는 봉사자들 또한 우리사회에 중요하며 꼭 필요하다.

하지만 봉사가 고되고 힘들다는 생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도전하며 애써왔던 것, 내게 있는 것으로 나누는 ‘재능 나눔’ 또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행운의 나래를 불러모을 캠페인이 알려져 봉사문화가 저편 멀리까지 전파되었으면 한다.

<산악인 엄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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