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물종의 대부분이 외국인 학자에 의해 신종으로 발표되고 이름도 붙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생물종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생생물 3만6천921종을 지칭한다. 자생생물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로 다른 나라에도 서식이 가능한 생물을 말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생물종 3만6천921종 중 최초 기록시점 분석이 가능한 3만2천844종 가운데 한국인이 처음 발견하고 학명을 붙인 것은 전체의 6%인 2천여종에 불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일본인이 붙인 것은 4천여종으로 전체의 13%에 달했으며 나머지 81%인 2만6천여종은 여타 외국인에 의한 것이었다.

<개나리>

한반도 자생생물종의 최초 발표자는 19세기까지는 주로 서양인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의 종 발표는 광복 이후에야 본격화됐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발표된 6천여종 중 개나리를 비롯한 2천여종은 일본인에 의한 것이었고 석주명(나비), 조복성(곤충), 정태현(식물) 등 한국인 학자가 13종을 신종으로 발표했으나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3종에 불과하다.

10종은 국내 학자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기록된 종과 동종이명(同種異名)이어서 인정받지 못했거나 발표 후 속(屬)이 바뀌어 학명이 변경됐다.

이에 반해 한국산 식물을 연구한 대표적인 일본학자인 도쿄대 나카이 교수는 한반도 고유종인 개나리 등을 포함한 한국산 신종 497종을 발표했다.

진달래는 러시아 학자가 명명한 것이다. 미국인에 의한 한반도 고유종 해외 반출도 이뤄져 미국학자 윌슨이 반출해 발표한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노각나무는 정원수로 각광받고 있다.

생물자원관 길현종 박사는 "나고야 의정서 채택 등 국제적으로 자국의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우리도 자생생물자원을 적극 발굴해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원태 기자>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