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고 슬프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더 이상의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

건설사 식당(함바집)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오던 임상규 순천대 총장(62ㆍ전 농림부 장관)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임 총장은 13일 오전 8시10분 전남 순천시 서면 동산리 선산 인근 임도에 주차된 NF쏘나타 차량에서 임 총장이 숨져 있는 것을 사촌 동생인 임모(50)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임씨는 경찰에서 “어제 오후 7시 께 형님이 집을 나간 뒤 집 안을 살펴보니 주방 탁자에 ‘선산에 간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있었다”며 “오늘 아침까지 오지 않아 선산에 와 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임 총장은 운전석 시트를 뒤로 젖히고 비스듬히 누워 있었으며 조수석에는 집에서 쓰던 참숯이 화덕 위에서 탄 채로 발견됐다.

화덕 옆에는 유서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 총장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차내에 유서가 발견됐고, 외상이 전혀 없는 점으로 미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된다”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임 총장은 12일 경찰에 실종 신고된 바 있다.

임 총장은 지난해 함바브로커 유상봉(65ㆍ보석 중) 씨로부터 “경북지역 공사현장 식당운영권 수주를 위해 지역단체장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및 동생 계좌로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또 그는 지난 1월께 만기가 9개월이나 남은 정기예금 5,000만원을 부산저축은행에서 인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검찰청 중수부로부터 영업정지 정보를 미리 알고 예금을 인출했는지 여부를 조사받고 있기도 했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초에도 금감원 부산지원 직원이 자살한 바 있다.

두가지 비리관련 큼지막한 수사에 연루가 되면서 임 총장은 심리적 압박을 크게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살 유서에서 수사 기관이나 특정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함바 브로커인 유상봉(65.구속기소)씨와 관계를 암시한 듯한 내용이다.

그는 또 유서에서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심하다.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며 “지저분한 사건,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들 잊어버리면 고맙겠다”고 말해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임 총장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에 순천대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순천대 한 직원은 “검찰 조사와 출국금지(6월3일) 이후에도 평상시와 다름 없이 공식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하는 등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호남지역 대학가에서는 지난 2005년 호남대 총장이 불미스런 일로 자살하는 데 이어 또 다시 발생한 자살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순천대는 임 총장의 영결식을 오는 16일 오전 10시 순천대 체육관에서 갖기로 했다.

장례 형식은 장상수 교무처장이 장례위원장으로 순천대학교장으로 치러진다.

한편, 임 총장은 순천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온 임 총장은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고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과학기술부차관, 국무조정실장, 농림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순천대학교에는 지난 2008년 6월 웰빙자원학과 교수로 임용됐다가 지난해 7월 총장에 취임했다.

<사건팀>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