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br>
정종명 이사장과 허준영사장 등 200여명 참석 

기차(汽車)란 물(氵)의 기체(气)인 ‘수증기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조어를 담고 있다.

철도역사는 조선 말엽인 고종 35년(1899) 9월18일 영등포 노량진역에서 인천 제물포역까지 33.2km의 경인선이 개화의 상징으로 우람찬 철마(鐵馬)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우리나라 근대화를 알리는 첫 기적을 울렸다.

이처럼 철도가 새마을운동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던 사실을 잊을 수 없다.

한강철교를 지나 노량진역으로 향하는 사육신공원 옆 철길에는 그날의 감회를 기리기 위해 1975년 9월18일에 세운 ‘철도시발지’라는 기념비가 있다.

거기에 미당 서정주가 지은 비문에 “1899년 9월18일, 철도역사의 場이 열리고/경인간 33.2km의 철도가 뚫린 그날로부터 76주년/철마라 불리던 증기시대를 거쳐 디젤기관이 철길을 누비더니/이어 전철의 막이 휘날리며 철도가 반석위에 오른/오늘을 못내 그날의 감격을 함께 되새기며/유서 깊은 철도 효시의 요람지 여기 한강마루에/이 기념비를 세워 새 모습의 철도를 기리리라”고 기록돼 있다.
죽음으로 천륜(天倫)과 법통(法統)을 지키고자 했던 사육신(死六臣)과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철도가 ‘나라사랑’이란 공통 분모아래 함께 노량진을 지키고 있다.

지난 5월27일, 철도 개통 112년 만에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와 한국철도공사(사장 허준영)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한 상생(相生) 발전과 상호 협력 MOU를 체결했다’는 사실이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여기서 허영미 시인은 ‘어떤 인연’이란 시에서 “속(俗)되지 않게/절제된 빛깔로/우리는 수묵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그대가/매(梅)를 그리고/내가/난(蘭)을/그대가/국(菊)을 그리면/나는/ 죽(竹)을 그려 넣어 그렇게/ 우리의 인연을 완성해가려 합니다”라고 찬미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철도공사가 매와 란, 국과 죽을 그려 넣듯이 그런 소중한 인연을 상생으로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먹거리시민연합(상임의장 최진호, 한국문협 대외협력위원장)이 ‘제11회 전국고등학생 농어촌문학상 시상’ 기념행사로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철도와 문학’ 학술포럼’을 개최해 문인의 발제와 주제발표, 그리고 토론을 통한 집단사고의 자리를 마련했다.

‘문학과 철도’의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역(驛舍) 주위에 흩어져 있는 철도문학을 정리,확립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학술포럼을 계획하게 됐다.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역과 철도와 열차는 단순한 수송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높은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다.

삶의 현장인 역과 수송로인 철도와 수송매체인 열차가 우리 민족의 진솔한 문학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비롯 ‘비 나리는 호남선’, ‘대전 블루스’, ‘고향역’, ‘남행열차’, ‘차표 한 장’ 등 철도와 역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 널리 애창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철도역에는 이별과 상봉, 환희와 절망, 성공과 좌절, 삶과 죽음 등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스토리가 켜켜이 쌓여 넘쳐나기 때문에 역 주위에 흩어져 있는 귀중한 소재를 ‘철도문학(鐵道文學)’이란 하나의 장르로서 정리할 심산이다.

주옥같은 글을 엮어 책으로 묶고 소중한 자료로서 펴낸다면 우리 국민들의 내면세계와 정신세계를 더욱 살찌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그리고 문화민족으로서 긍지를 더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협은 7일 오후 3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정종명문협 이사장과 허준영코레일 사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와 문학을 테마로 학술포럼을 후원, 가을 하늘을 수 놓았다.

<정리=권병창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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