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오른쪽)통장과 이준득(왼쪽 2번째)노인회장 등 일부 마을주민들이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목가적인 전주 이씨 집성촌에 마을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혐오시설이 조성돼 진통을 겪고 있다.

물의를 빚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고봉3통의 마을 중심부에 2,000여 평에 이르는 폐지압축장이 건립되며 건축주와 마을주민간 환경분쟁마저 초래될 조짐이다.

수백년을 전주 이씨 집성촌으로 누려온 마을은 300여 세대에 1,200~1,300여명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전원마을로 고즈넉한 풍광을 누려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암환자 집앞에 쓰레기 압축장이 웬말이냐란 플래카드가 마을 정서를 웅변하고 있다.>

익명의 한 주민은 "마을사람들이 거의 반대입장을 강하게 밝혔는데도 공해업소를 마을 가운데 강행하는 이유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지금이라도 건전한 사업으로 변경했으면 한다"고 불멘소리를 털어놓았다.

이재은 고봉3통장은 "공사 현장의 인접도로는 고양자유학교로 오가는 초등학생들의 협소한 등.하교 도로로써 자칫 안전사고마저 도사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통장은 산업화 붐에 편승하며 국가발전을 일으킨 새마을운동으로 이뤄진 도로인데 공사차량이 좁은 도로를 질주하며 비산먼지로 주민 불편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작업용 대형 트럭이 주행할 때는 어린 학생들이 바로 옆 논과 밭으로 숨가쁘게 피하기 일쑤라며 폐지 압축장이 준공되면 무분별한 작업차량으로 위험마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일련의 민원성 제기에도 정작 관할 시청 청소과는 "500평 이하의 면적은 영업권 밖의 신고사항으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밝혀 실질적인 주민들과의 이견아래 논란을 빚고 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백 모(여.59)씨는 "공사장에서 날아든 흙먼지로 빨래는 커녕 낮은 지대에는 공기흐름 조차 차단시켜 대기오염 또한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주부 고 모(여.58)씨 역시 "6년째 난치성 직장암으로 시달리고 있는데 쓰레기 압축장이 완공되면 더 나쁜 공기와 작업장의 소음으로 지병이 악화될 것 같아 벌써부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고즈넉한 마을 중심부의 2,000여평 부지에 폐지 압축장이 조성중이다.>

지영동의 노인회장 이준득(72) 옹은 "살기 좋고 인심좋은 우리 마을이 사업주의 강행으로 민심만 사납게 됐다"며 "지영동 내에는 건설폐기물 처리장과 하수종말처리장을 비롯한 20여 개의 고물상이 들어서 혐오시설 마을로 전락했다"고 분개했다.

이와관련, 공사현장 관계자는 "170여 평에 압축장을 신축하면서 살수차량을 동원해 비산먼지를 저감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1,500여 만원을 투입해 3.5m 높이 방음벽을 주택가 도로변에 설치해 환경민원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건축주 이 모씨 측에 취재진이 나름의 항변권을 위해 후속조치 등을 요청했으나 오후 10시 현재까지 납득할 만한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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