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면적 20만㎡ 이상 대형건축물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이달로 예정됐던 국무총리실의 규제심사마저 연기됐다.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환경영향평가는 건축물이나 정부공사의 경우 친환경적인 평가를 도외시한 체 형식적인 평가에 그쳤다.

대표적인 사례로 4대강 개발사업의 경우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정부의도대로 사업에 참여하도록 해 많은 시행착오를 남겼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법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당초 이날 논의 할 예정이었던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안의 규제심사가 연기됐다.

환경부가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심사 일정을 잡았지만 건설업계의 반발이 심하자 총리실이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연면적 20만㎡ 이상 건축물의 환경영향평가 의무화가 명백한 중복규제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대형 건축물 건축시 친환경 건축물 건축을 유도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기존의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나 에너지효율 등급제, 에너지소비 총량제 등을 보완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환경영향평가가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피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SH 공사의 경우 미매각 용지 가운데 20만㎡ 이상인 택지는 문정지구(23㎡) 등 4곳이다. 추정가격은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택지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돼 매각이 지연되면 연간 1300억원(금리 5% 기준) 이상의 금융비용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발대상 토지’ 평가지연으로 사업 손실

국토부도 전국적으로 평가대상인 미매각 토지 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택지사업을 시행하는 공공기관들의 택지매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건설업계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 제도는 건물 자체에 초점이 있는 반면 이번 개정안은 건축물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 평가가 목적인만큼 적용 대상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가 주장하는 환경 영향평가로 인한 사업 손실 부문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축물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설계나 인ㆍ허가 절차와 함께 진행되는 만큼 환경영향평가로 인한 사업 지연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면적이 20만㎡인 건축물은 63빌딩의 1.2배에 해당하는 규모”라면서 “적용 대상은 1년에 많아야 2~3건에 불과할 텐데 건설업계 전체에 타격을 주는 것처럼 주장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경부와 업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이번 규제 도입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국토부도 이에 동의하는 만큼 환경부와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완우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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