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고향 부여에서 상행선 열차를 이용하려 강경에 도착후 짬을내 '강경젓갈'을 눈요기 삼아 한 점포로 발길을 돌렸다.

여느 상점과 다름없이 정갈하게 진열된 군침도는 새우젖은 희미한 불빛아래 필자의 시선으로 사로잡았지만 초저녁인지라 그리 내키지 안했던게 사실이다.

예로부터 그 명성을 이어온 강경젓갈인 만큼 열차시간도 남아 여유롭게 젓갈을 살펴보던 중 주인어른의 친절한 안내와 느린 어투에 기본형의 젓갈통을 4만원에 포장했다.

명품 '강경젓갈'은 구전되는대로 짭쪼롬한 맛과 진미에 김장용 '추젓'을 찾아 장사진을 이루는지라 가볍게 둘러보고 지나려했건만 그만 충동(?)구매에 손지갑을 열었다.

심지어 열차시간대며 목적지가 어디냐는 등 상세히도 물어보시던 모습은 영락없는 그 어릴때 마을 아저씨와 다름없는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맨처음 푸짐하게 젓갈 용기에 넣어준 새우젓을 바리바리 포장하고난 후 곰삭은 무 장아찌라며 두개를 덤으로 주시는게 아닌가.

곧이어 안으로 들어가신 어르신은 시원한 물 한병과 피로회복제를 또다시 건네주셨다.
그래, 고향의 멋과 맛이 바로 이런 광경이 아니겠는가.

이름조차 모르는 주인어른은 때마침 필자가 유리문을 지나 안으로 드러갔을 때는 친구인듯한 60대 한분과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든 낮설은 50대 남성이라해야 고객으로서 크게 기대는 안했겠지만, 자리를 뜨며 하나 둘 차근차근 설명을 겸해 젓갈의 진품을 일러주셨다.

보름만에 호주 시드니를 다녀오는 소중한 아내에게 건네줄 상큼하고 깜짝 선물로서 모자람이 없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여독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호남선=권병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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