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정정순 시

수 많은 가지마다
노랗게 익은 과실 바라보며

오늘 시어들은 누구의 열매가 될까
농부가 되어 갈고 씨 뿌리고
자갈도 고르고 풀도 뽑고
채소밭 가꾸듯 가꾸었는데

사랑 등 뒤로
한 우물 파고
힘들게 걸어온 창작의 길

떫은 감처럼 익어가는
시와 그림 양손에 들고
정상을 향해 노 저어 가는 길

얼마나 더 가야 가을이 보일까
얼마만큼 씨 뿌려야 풍년이 될까

"그림도 글도 첫 출발은 미약하나 쉼 없는 노력과 열정을 통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아름다워집니다. 배우고 배워도 끝이 없는 학문처럼 예술은 끝없이 계속해서 정진하는 것입니다.

외로운 예술의 길에 가끔 고독과 고통이 따르기도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꿈꾸며 꾸준히 노력한다면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들여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좌우명 아래 모든 것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예초 정정순 작가(www.jjsoon.com.사진)는 그림과 시, 두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시와 그림은 예술의 한 분야로서 같은 감성을 지니고 있는 한 뿌리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분야기 때문에 문단과 화단으로부터 고루 인정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정정순 작가는 한 손에 펜을, 다른 한 손에 붓을 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서 그림에 한참 빠져있다가도 시상이 문득 떠오르고 시에 몰두하다가도 이내 캔버스 앞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전했다.
 
"저에게 문학과 미술은 좋은 벗과 같습니다. 세상을 밝고 명랑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사랑의 물을 주고 싶습니다"라는 정 작가는 스스로도 문학과 미술이 각각 독립된 개체가 아닌 시공을 초월한 하나의 예술이며 사랑이라고 했다.

정정순 작가의 작품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서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마음세계와 더불어 확고한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화려한 색감과 꽃을 테마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화풍은 가장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평화로움, 그리고 따듯함이 묻어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문학과 미술 작품에서는 다른 작가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색깔이 담겨있다. 인생의 깊이와 오묘함, 사랑과 기쁨, 아픔과 슬픔들이 녹아 있다는 게 평론가들의 공통된 평이다.
최근에는 나이가 들수록 작품의 내면적 세계가 더 깊고 넓어지며, 삶의 철학을 느끼게 해주는 시와 그림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정 작가는 얼마 전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시집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의 출판 기념회와 함께 16회 초대개인전을 열었다.
주제는 마음 세계이며 주로 꽃 그림인데 꽃이 되어 피어나기까지의 가슴 아픈 기억과 슬픔을 회상하며 밝은 마음과 적극적으로 힘차고 씩씩하게 예쁜 마음으로 살아보려는 내면의 세계를 꽃으로 형상화시켰다.
 
"많은 지인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그동안 그림전시를 하면서 항상 100% 만족은 아니었지만 많은 생각과 반성을 거듭하면서 또다시 발전된 모습을 찾을 수 있었지요.
그래서 다시 또 17회 개인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정정순 작가는 예술은 끝없는 물음과 답변의 반복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누구나 애정을 느끼고 소유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소망이라며 벽에 걸어놓고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명작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한다.

예원예술대학에서 회화과를 전공하고 이화여자대학원, 연세대 대학원, 홍익대 대학원을 거쳐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정정순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문인협회 위원, 국제펜클럽회원, 예원예술 종합대학원 객원교수, 불교문학회 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맑은 하늘에 점하나 찍었어'를 시작으로 15권의 개인시집과 16번의 개인전을 비롯 200여회의 그룹전을 했으며 허난설헌문학상을 비롯하여 일붕문학대상, 한올문학대상 외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신미술대전, 미술세계대상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국제문화예술대상 등 미술상도 많이 받았다.

"문학인이자 미술인으로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만 너무나 힘들게 인생을 살아온 저는 봉사정신이 부러웠습니다. 지금은 제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봉사하는 정신으로 인생을 살아보니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서로를 의지하고 우리 속에서 하나가 된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수필가 권병창(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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