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 현 예비역 공군소장
‘빨간 마후라’의 로망…수상록

“우리들의 로망, 비행생활, 그리고 우리가 가졌던 내면의 생각, 전투조종사의 혼을 누군가는 정리하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하늘을 꿈꾸는 자, 전투조종사’(기파랑 펴냄) 김현(예비역 공군소장.공사 14기.사진) 전 공군군수사령관은 젊음을 불사르던 조종사로서의 후일담을 수필 형식을 빌어 엮어냈다.  

김현 예비역 공군소장
“우리들 자신에게는 스스로 명예로웠던 과거를 인식시키고 싶었고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그들이 하는 일이 정말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었지요. 사실 현역일 때는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느라 보람이나 자부심을 생각할 겨를이 거의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하늘을 꿈꾸는 미래의 전투조종사들에게 ‘전투조종사의 세계란 이런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동기와 별개로 김 장군의 책은 일반적인 예비역의 저작과 두 가지 면에서 차별화된다. ‘객관성’과 ‘재미’가 바로 그것.

회고록이나 자서전 등 살아온 인생에 초점을 맞춘 일반 예비역들의 저서와는 달리 김 장군의 저서 곳곳에서는 전투조종사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경험을 토대로 하되 개인적 회고담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1부 전투조종사의 로망에서 ‘선글라스’ ‘조종복과 빨간 머플러’ ‘비행 재킷’ 등 전투조종사의 필수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종사의 세계를 그린 것이 대표적이다.

3부 하늘의 전사에서도 ‘비상대기’ ‘나쁜 날씨’를 비롯해 가상적기를 따돌리면서 적기 격추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발등 종아리의 실핏줄이 터져라 억척같이 기동하는 속칭 ‘개싸움’ 등 손에 진땀을 나게 하는 전투조종사의 임무를 상세히 묘사했다.

4부 전투조종사의 혼에서는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린드버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최고 에이스로 꼽힌 사카이 사부로, 6·25전쟁 당시 조종사 양성은 물론 고아원 사업에도 열성적이었던 딘 헤스 등 초기 조종사들의 기록도 담았다.

여기서 두 번째 특징인 ‘재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재미가 있어야 읽지요. 딱딱한 소재 대신 흥미로운 일화를 중심으로 책을 엮었습니다.”

거의 한두 쪽 걸러 등장하는 사진과 일러스트 역시 일반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공군본부나 후배들의 도움을 받거나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소품을 찍기도 했다.

물론 임무 수행 중 순직한 동료의 안타까운 사연,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절감케 하는 고난도 임무 등 조종사 본연의 모습에 근접한 내용도 충실하다.

“재미있게 쓰려 했지만 사실 이 책의 근간이 되는 내용은 ‘전투조종사의 충성심은 어디에서 오는가’입니다.
평시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조종사야말로 국가에 가장 충성하는 집단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사관학교 생활교육과 엄격한 비행훈련, 고된 전투임무 외에 조종사의 로망과 전투조종사의 혼을 전하고 싶었죠.

또 비행은 정열적이면서도 위태롭고 자유로우면서도 제약이 많으며, 위험하나 스릴 있고 난관과 고비가 많지만, 성취의 즐거움이 있지요.

이처럼 상반되는 비행의 특성이 전투조종사 고유의 의식과 혼을 형성하며 충성심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를 재미있는 내용의 행간에서 읽어줬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지요.”

총 3,811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한 베테랑 조종사지만 ‘천부적인 재능은 없었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한 김 장군의 시선은 어느 새 조종석에 앉은 현역시절로 돌아간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야간비행 때 도시의 야경이 얼마나 근사한지, 캐노피 유리 너머로 보이는 석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종사가 아니면 모를 거예요. 현역에 있을 땐 그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쉽지요.

후배들도 예전의 저처럼 정신없이 비행하겠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해 줬으면 해요. 하늘에서 조국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일인지 말이죠. 자신감 있게 비행생활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젊은이가 누구보다 멋있고 낭만적인 조종사의 세계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유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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