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방만한 경영으로 지방 공기업의 부실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용인도시공사는 대표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지방공기업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각종 개발사업이 부진해 지난해 기준 부채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다.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해 최근 감독기관인 안전행정부로부터 청산권고까지 받은 실정이다.

이 공기업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용인시는 경전철 건설에 1조원 이상을 들여 현재 6300억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시공사는 약 5억원에 달하는 임직원 성과급을 추진하고 있다. 1인당 300만원꼴이다.

최근 춘천시의회 산업위원회는 춘천도시공사에 20여억원의 토지를 사업자본금으로 출자하는 안을 부결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도시공사의 부동산 개발사업이 부진한 상태에서 사업비 회수가 어려울 거란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지방공기업의 경영을 둘러싼 진통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공기업들은 그동안 중앙공기업과 달리 느슨한 감시통제 덕분에 별로 규제를 받지 않고 몸집을 불려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은 2000년 272개에서 꾸준히 늘어나 현재 460여 개에 이른다.
상하수도 공영개발 같은 지역직영기업, 지하철공사·도시개발공사 같은 지방공사, 그리고 지방공단 등으로 구성된다.

2011년 말 현재 총자산은 160조원, 부채는 69조1000억원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부채가 21조3000억원 늘었다.

7개 지하철공사는 연간 영업손실이 8585억~9178억원에 이른다.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본 강원도개발공사를 비롯한 각종 개발·관광·도시공사, 지방공기업이 경쟁적으로 설립한 지역 컨벤션 센터 등은 대표적으로 경영이 부실한 사례다.

새누리당과 안전행정부는 지방공기업의 경영부실을 중앙 차원에서 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법안은 지방공기업의 설립절차, 인사·예산운영, 존폐 여부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인 지방공기업은 안행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야 설립이 가능하고 설립된 이후에도 매년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영실적 평가를 받도록 했다.
실적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중앙공기업처럼 사장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늦었지만 필요한 대처방안이다. 중앙에서 모르는 사이에 부실한 지방공기업이 늘어난 것은 '지방의 정치성'이 낳은 부작용의 일부다.

공사를 벌리면 일감이 늘어나는 만큼 집행기과 공사발주에 따라 발주처의 권한과 떡고물이 많이 생긴다는 통념은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공사시행에 앞서 정확한 수요예측과 사업전망보다 지방자치단체가 우선 외형상으로 성과를 내려고 경쟁한 부분이 큰 것이다.
그 때문에 지방공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후감독도 중요하지만 지방정치의 의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지금 지방에는 '은하철도'처럼 승객이 없는 경전철, 관람객 없는 박물관·전시관, 사람 없는 운동장과 컨벤션 센터가 많다.
이런 것은 누구를 위한 건조물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방만한 공사는 지방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
<논설주간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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