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장외(場外)로 향한 민주당의 선택은 명분이 없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가 주요 증인채택 거부로 더 이상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야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는 데는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불출석 시 동행명령서 발부와 검찰 고발을 사전에 문서로 합의하자고 요구해 틀어졌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로도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로 동행명령이 가능하다.
새누리당도 출석거부 시 동행명령 추진에 반대하진 않는다.

불출석을 지레 짐작해 동행명령서 발부와 고발을 합의하자는 건 초법(超法)의 영역이다.
장외로 나갈 억지 명분을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1일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의원총회를 여는 것으로 ‘길거리 정치’를 시작했다.
 
3일에는 청계광장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기존의 촛불집회에 가세하는 건 아니더라도 이날 집회에 ‘촛불 세력’들이 대거 몰려든 것은 국민들에게는 식상한 집회다.

민주당 집회에 ‘박근혜 아웃(out)’ ‘대선 무효’ 같은 구호가 난무하는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의도와 관계없이 대선 불복 투쟁으로 비치지 않겠는가.

여야 대표간 회담을 통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으로 빚어진 정국경색을 해소하려 했던 게 불과 며칠 전 기류였다.

장외투쟁으로 급선회한 배경에 당내 계파간 갈등이 있다.

31일 열린 의총에서 강경파 의원들은 “허위수사 발표가 없었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졌다” “판을 뒤집어야 한다”는 등 대선불복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냈다.

국조(國調)에서 별로 얻을 게 없을 것이 확실해지자 더 자극적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민주당이 2008년 ‘광우병 촛불’의 추억을 되살리겠다면 그야말로 ‘어두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접고, 새누리당도 정치력을 발휘해 국조 정상화, 정치 정상화로 가야 한다.
<논설주간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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