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내 꿈속에 들어오신
그 여인이 아니신가요. 

안개가 장막처럼 드리워 있는
내 꿈의 문을 살며시 열고서

황새의 날개 밑에 고여 있는
따뜻한 바람 같은 고운 옷을 입고 

비어 있는 방 같은 내 꿈속에
스며들어오신 그분이 아니신가요. 

달빛 한 가닥 잘라 피리를 만들고
하늘 한 자락 도려 현금을 만들던 

그리하여 금빛 선율로 가득 채우면서
돌아보고 웃고 또 보고 웃고 하던

여인이 아니신가요.

<문효치(1943~ ) 시인>
1966년 서울신문ㆍ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백제의 달은 강물에 내려 출렁거리고』『백제 가는 길』『바다의 문』『선유도를 바라보며』『남내리 엽서』『계백의 칼』『왕인의 수염』『칠지도』『별박이자나방』 외 공저 다수.

문효치 시전집 간행.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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