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석류작가’ 국홍주 화가

문창살과 어우러진 석류,‘시간의 흐름’ 담아내

“석류는 극히 예민한 과일로 수확기보다 일주일만 빨리가면 덜 익고, 일주일만 늦게 가도 너무 익어버려 열매는 갈라져 터져버립니다.”

“솔직히 석류를 그리는 것보다 오히려 화폭에 담아낼 국산 석류를 구입하는게 더 어려울 정도이죠.”

다복과 다산을 상징하는 석류는 예로부터 혼례복이나 병풍, 민화 등에 자주 등장해온 우리와 친근한 과일류 소재이다.

정열적인 진홍색 꽃과 붉은 열매 속에 들어 있는 옹골찬 석류알맹이는 마치 구슬처럼 아름답다.

이 아름답고 탐스러운 석류를 고유의 전통적인 문창살과 조화시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는 다름아닌 석류화가 국홍주화백이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면목로 71-1 2층 국홍주아뜨리에서 늦가을 ‘석류의 계절’을 보낸 그의 진면목을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자신의 화실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국 화가>
<캔버스에서 석류그림을 막바지 덧칠하고 있는 국 화가>

석류 일직선 정렬, 변하지 않는 중심 담아

국홍주 화가의 화실에서 눈에 들어온 작품은 문창살을 배경삼아 나란히 놓여있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의 작품명은 한결같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석류를 일직선으로 정렬하고, 정적인 느낌을 표현하여 과거를 대변하고, 그 안에 과거의 미래 사이의 존재감을 담고자 했다.

그는 이전에는 오방색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오방색’이라는 소재가 가져다주는 제한적인 한계를 뒤로 과일 중에 복을 주는 과일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그 중 우리나라와 친근한 석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라는 테마 속에 석류를 포함하게 됐다.
이후 흡족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많은 시도를 하다가 지금의 작품을 구상했다.

또한 그가 배경으로 선택한 문창살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문창살 하면 떠오르는 여러 문양의 모양들이 실은 중국,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란 아이러니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창살 무늬는 수평과 수직으로 이뤄진 간결한 형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문창살은 우리나라 고유의 간결하고 투박하지만 질리지 않는 특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고, 담백한 우리나라 고유의 美가 담겨있다.

<문하생에게 화법을 가르치고 있는 국 화가>

작지만 아름다운 국산 석류만 화폭에

석류는 이미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원할 때면 언제든 구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국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소재를,즉,석류를 구하는 것을 꼽았다.

그 이유는 그가 작품에 담고자 하는 석류는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석류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국산’ 석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빨갛고 알맹이가 꽉 찬 석류는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수입산 석류는 색도 진하고, 크기가 큰 반면 국산 석류는 비교적 작은 크기에 알맹이가 적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수입산 석류 속에서 국산 석류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산 석류는 국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작지만 아름답고, 모양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특별함이 있다. 또한 그가 이렇게까지 국산 석류를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화가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하지만 강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서양화가 정수연은 그의 작품에 대해 “배경에 자주 등장하는 구름, 전통적인 문살 등은 현시에서 과거와 현대, 나와 우리를 연결하는 고리이자 소통과 교감의 장”으로 호평한다.

그는 “여러 가지 실험적인 작업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그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식이 그의 생활이 주는 행보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듯 하다”고 표현했다.
<권병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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