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기본권 대폭 확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청와대사진기자단 제공)>

알 권리 넓히고 정보보호 강화
삶의 질 위한 주거권 건강권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 헌법 전문(前文)과 기본권 부분에는 국민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최우선시 했다.

이번 개헌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표가 개헌의 취지와 방향을 보여준다는 법리해석이다.

1987년 제정된 헌법에 달라진 사회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다수설이지만, 민감한 사회 현안이 대거 포함돼 국회 차원의 중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개헌안은 우선 ‘모든 사람이 생명권을 가진다’, ‘자기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으로 생명권을 신설했다.

생명권의 경우 현행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인간의 존엄과 가치’ 같은 규정들로 이미 인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에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신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명권 신설로 사형제 폐지 낙태죄 유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생명권이 강조될 경우 사형제 폐지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낙태죄 유죄 범위를 놓고도 공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생명권 문제가 헌법에 들어간다고 자동적으로 (낙태가) 위헌, 합헌이 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태아의 생명보호를 어느 범위, 어떤 절차로 할 것인지는 법률에 맡겨지는 것이고 그 문제는 향후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림=청와대 발췌>

기본권 주체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

청와대는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 사생활, 양심, 종교, 학문, 예술의 자유 등의 경우 헌법 주체를 현행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대한민국 국적자를 제외한 국내 외국인에게도 천부인권 성격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려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등 사회권적 성격의 권리와 국민경제,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는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맞춰 정보기본권 신설

청와대는 현행 헌법 규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정보기본권’도 새로 마련했다.

핵심은 ‘알 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한 것이다. 
알 권리 신설은 향후 정부 기업의 공공정보 개방과 관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의무도 신설됐다.

자기정보통제권은 개인정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이다.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열람하고 수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에 자기정보통제권을 명문화해 개인 정보가 악용되거나 기업 기관이 무차별적으로 수집,활용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거권ㆍ건강권 시혜에서 국민 권리로

또 개헌안은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건강하게 살 권리’로 대폭 확장했다. 

단순한 보건ㆍ의료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관련된 빈부ㆍ위생ㆍ노동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국가가 나설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개헌안은 또 ‘성별에 의해 차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현행 헌법 제11조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ㆍ연령ㆍ인종ㆍ지역’을 추가했다. 

‘성별과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시정과 실질적 평등 실현 노력 의무’도 신설했다.
차별 해소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대목이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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