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손녀는 눈길 위에 동사한 할머니 양지바른 곳에 모셔

<동국대학교 캠퍼스안에 군락지를 이루며 자생하는 할미꽃>
<좀처럼 보기드문 활짝 핀 할미꽃>

[동국대=허명숙 기자] 신록의 초하(初夏), 서울시민의 '허파', 남산 자락 동국대학교 캠퍼스내 함초롬히 피어오른 할미꽃이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랑의 배신'이란 비련의 꽃말을 지닌 할미꽃은 동요와 구전되는 전래동화를 통해 익히 알려졌다.

구전되는 할미꽃의 전설은 한 바닷가 해변에 나이든 할머니와 두 손녀가 오손도손 살아간다.

첫째 손녀는 얼굴이 너무 예뻤고, 둘째 손녀는 얼굴이 예쁘진 않지만 마음씨만은 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그런 두 손녀를 정말 친자식처럼 아끼고 잘 키웠단다.

그러나, 시집갈 나이가 되니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것 전부를 손녀들의 시집 보내는 데 소진한다.

그래서, 첫째 손녀는 부잣집에 시집을 가고, 둘째 손녀는 부잣집은 아니지만 평범한 가정의 성실한 남편을 만나 시집가게 된다.

시간은 흘러 홀로계신 할머니는 두 손녀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손녀를 보기위해 힘든 노구를 이끌고 먼길에 오른다.

먼저 첫째 손녀네 집에 도착한다. 그런데 손녀는 할머니를 반가워 하지도 않았으며, 집으로 할머니를 모시지 않고 밖으로 쫓아 보낸다. 

하루같이 매일 밤에 두 손녀를 그리워 했던 할머니인데 말이다.

그렇게 쫓겨난 할머니는 둘째 손녀를 찾아간다.
함박 눈이 펑펑 내리는 칼바람속 어느 날.

마침내 열심히 걸어 저편 멀리 둘째 손녀가 사는 집이 시야에 찾아든다.

하지만, 할머니는 또 쫓겨날까 고민하다가 두째 손녀를 만나지 못한채 그만 차가운 눈길 위에서 동사하게 된다. 

그 후 둘째 손녀는 눈 길에 쓰러진 할머니를 보고 슬픔에 젖어들었다.
두째 손녀는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를 고이 모셨다.

시간이 지나 그 무덤 위에 한떨기 꽃이 피어오른다. 
마치 살아생전의 할머니 등처럼 굽은 꽃. 그래서 그 꽃을 '할미꽃'으로 부르게 됐다는 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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