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된 범죄자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새 삶을 산다면 본인과 사회 모두를 위해 더없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행형(行刑) 제도의 목표는 바로 이렇게 수형자의 정상적 사회 복귀를 돕는 데 있다.

그러나 엄격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흉악범들을 사회에 내보내 활개 치도록 방치한다면 사회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가석방 신청자 5만6,600여 명 중 89.3%인 5만500여 명이 가석방됐다. 그중 17.5%인 8,820명은 살인 강도 성폭력을 저지른 흉악범 등이다.

무기징역은 10년, 유기징역은 3분의 1 이상 복역한 사람 중 재범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가석방 심사를 통해 사회로 나갈 수 있다. 가석방은 교도소장들의 신청을 받아 법무차관 등으로 구성된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장관이 결정한다.

하지만 교도소 측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가석방 심사가 형식적으로 흐르기 쉽다. 석방된 뒤에는 경찰의 감시소홀로 우범자를 사회에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범죄 수법을 교도소에서 배워 나와 더 지능적이고 흉포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법자들도 부지기 수에 이른다. 미국 연방정부는 1990년대 초 가석방심사위원회 재량에 의한 가석방을 금지했고, 16개 주정부는 이를 아예 폐지했다.

가석방을 둘러싼 부패와 높은 재범률, 낮은 범죄예방 효과가 이유였다. 이 때문에 미국의 교도소는 200만 명 이상이 갇힌 초만원 상태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전 50∼60% 정도였던 가석방 허가 비율을 1998년 이후 계속 높였다. 범죄건수 급증 및 교정 예산의 부족 때문이었다.

미 플로리다 주 법원은 1989년 72세 할머니를 강간한 13세(현재 33세) 흑인 소년에게 갱생의 희망이 없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최근 한 인권단체가 “너무 가혹한 판결은 위헌”이라며 연방대법원에 위헌여부 심판을 제기해 심리를 앞두고 있다. 그 결론이 나오면 우리의 가석방제도 운영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상습범 반 인륜사범에게 중형을 부과하고 교정당국의 가석방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미국 제도에 비해 우리는 범죄자로부터의 사회 방위를 소홀히 한다는 느낌을 준다. 교도소 과밀해소와 정부예산 감축을 우선시한다면 주객이 뒤바뀐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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