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동씨, “밖의 문화생활과 불편한 것은 없어”

취재기자의 요청에 따라 난생 처음 하트 문양을 그려본다는 마초동씨는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취재기자의 요청에 따라 난생 처음 하트 문양을 그려본다는 마초동씨는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초동씨는 여름방학을 틈타 놀러온 손주들과 아들 여자친구를 소개했다.
마초동씨는 여름방학을 틈타 놀러온 손주들과 아들 여자친구를 소개했다.
몽골에서도 루스솜의 마유주는 이색 별미로 누구나 꼭 맛보기를 추천받는다.
몽골에서도 루스솜의 마유주는 이색 별미로 누구나 꼭 맛보기를 추천받는다.

[미르고비(몽골)=권병창 기자] “주먹만한 크기의 우박으로 자식같은 300여 마리 양을 잃었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몽골 루스솜(Luus sum)의 1,100m급 미르고비(Mir Gobi)내 70여km 지점 고원에서 만난 유목민인 마초동(62)씨의 첫 일성이다.

그는 지난 7월 4일, 세찬 폭풍과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우박 피해로 300여 마리의 양과 염소를 잃는 손실에도 오히려 자신의 과오로 치부했다.

희망브리지 해외의료봉사단(단장 박승현)이 찾은 21일 늦은 오후, 60~70km/h로 가파른 산악지대를 1시간여 덜컹거리며 달린 미르고비는 광활한 대초원으로 지평선을 이뤘다.

현지에서 조우한 마초동(62)씨와 가족은 “인간으로서 자연 재해는 어쩔수 없었다”며 “그날 당시 40여분간 불어닥친 (산악)폭풍과 어른 주먹만한 우박으로 가장 돈벌이가 나은 양과 염소를 그만 일순간에 잃었다.”고 토로했다.

게르 천정의 모습
게르 천정의 모습
말무리들이 게르 주변을 맴돌고 있다.
말무리들이 게르 주변을 맴돌고 있다.
말젖을 2시간마다 직접 짜고 있는 마초동씨 가족
말젖을 2시간마다 직접 짜고 있는 마초동씨 가족

그는 “그 큰 우박은 염소들이 몇 개만 맞아도 그냥 쓰러져 죽는다.”며 유목민의 염소는 가게에 도움을 주는 효자몫이라고 전했다.

줄곧 이곳에 살아오면서 지난 7월 4일처럼 큰 우박 피해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거듭 상기했다.

두 번이나 낮에도 밖이 어두울 정도로 황사가 휘몰아 쳤지만, 무섭고 가장 큰 자연재해로 알았는데 이번 우박의 불편과 피해는 더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삶의 터전인 게르의 경우 맨위 천정에 방수역할을 하는 다른 재질의 천막으로 덮었는데 쉽사리 찢어진 데다 차창도 깨져나리만치 강력했다고 주지했다.

게르 중앙에 매달은 30여kg 남짓의 묵직한 밧테리로 묶어 놓았지만 양측 2개의 기둥이 들썩거릴 만큼 세찬 폭풍이 불어닥쳤다고 했다.

이곳을 터전으로 3대째 부평초 같은 삶을 살아왔지만, 그동안 아내와 함께 현재 4인의 가족은 불편한 점을 모른다고 말했다.

마초동씨의 효자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양과 염소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마초동씨의 효자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양과 염소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그는 외부의 선진국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지도 못했던 만큼 유목민 생활이 힘들다고 생각하지도 안했다는 귀띔이다.

다만, 자녀들 만큼은 밖의 세상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소망한다.

잠시 방학을 틈타 집에 들른 막내 아들은 자신을 쏙 빼닮았다며 뒤를 이어 유목인으로 생계를 잇고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란다.

마초동 씨의 자녀는 결혼으로 떠난 두 딸을 포함해 모두 6명이지만, 모두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게르를 나설즈음 따라온 마초동씨의 손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며 아쉬움을 대신했다.

희망브리지의 해외의료팀이 격오지의 유목 생활에 대한 소회와 바라고픈 희망에 대해 “내 잘못으로 많은 양과 염소 피해를 보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 그들만의 소중한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주수입원으로 얻을 수 있었던 방목해 키워온 염소였건만 소득원이 사라졌음에도 불구, 대자연에 의지하는 숭고한 지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처음으로 외국인은 물론 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그는 “결핵 약이나 소화제 정도가 있으면 좋겠다”며 “유목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가능하다면 혈압 측정기도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한편, 마초동 씨는 20여 마리의 말과 10여 마리의 젖소, 그리고 400~500여 마리의 양과 염소를 사육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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