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오사카한국문화원 4층...이색 퍼포먼스 박수갈채

한일 양국의 120여 서예인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120여 서예인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日오사카=권병창 기자] 서예인의 얼과 혼이 깃든 일-한(日·韓) 서도전이 120여 양국 작가의 주옥같은 출품 속에 그윽한 묵향을 아낌없이 나눴다.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한국문화원 4층서 열린 두 나라간 서도전에서 주오사카한국문화원의 정태구 원장은 "'해동서예학회'와 '일본국제서도교류협회'의 서예교류전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소중한 덕담을 전했다.

해동서예학회는 지난 1993년 설립 이래 다수의 해외교류 전시를 개최한 바, 한국 서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 했다는 호평이다.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뒤로 한-일서예인들의 교류전 재개는 환희의 기쁨아래 고결하게 맺어온 양자간 인연으로 오랜기간 이어졌다.

화제의 양국간 서예교류전은 지난 27일부터 오는 11월 4일까지 오사카 한국문화원 현지에서 축제 무드로 진행된다.

원로작가들이 수범을 보이며 주류를 이루지만, 연신 미소 머금은 두 나라간 서예인들은 모처럼의 수학여행을 떠나온듯 웃음끼를 잃지 않았다.

앞서 김포국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KE 2117편에는 김종태 해동서예학회장을 비롯한 20여 서예인들이 탑승, 모처럼의 나들이를 향유했다.

필자 역시 기내 시트의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Sparks Fly’ 등 최신 팝송을 음미하며 소풍가듯 흥분의 도가니를 함께 했다.

올들어 5회 째로 접어든 韓日 서예교류전에는 한국은 25인으로 편성돼 미지의 日서예인들과 돈독한 우의와 묵향을 한껏 나눴다.

오사카한국문화원의 정태구 원장은 "일본국제서도교류협회는 지난 2014년 설립이래 동아시아의 성인 및 청소년 간의 서도교류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의 정태구 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의 정태구 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처럼 훌륭한 한일 서예 단체의 교류전이 주오사카한국문화원 갤러리에서 개최된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반겼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은 서예와 더불어 한국화, 서양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미술작가들이 교류하는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정 원장은 "이러한 활동은 지금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과 같이 한일 교류에 대해 깊은 뜻을 가진 분들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예'는 인간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한다."며 "글씨는 곧 그 사람인 만큼 서예가 사람의 예술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예찬했다.

정 원장은 "오늘 갤러리를 장식한 뛰어난 작품을 보니 한 사람의 한 평생 인생을 담아서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여류 작가가 즉흥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의 여류 작가가 즉흥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데라다 하쿠운 이사장이 퍼포먼스를 역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데라다 하쿠운 이사장이 퍼포먼스를 역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제 김종태해동서예학회 이사장이 양국간 서도전에서 퍼포먼스에 참여, 휘호를 써내려가고 있다.
금제 김종태해동서예학회 이사장이 양국간 서도전에서 퍼포먼스에 참여, 휘호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같은 실정에 그는 "주오사카한국문화원은 앞으로도 양국의 국민들에게 더욱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서예 전시를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일문화교류의 비전을 공유하며, 다양한 문화교류 행사로 두 나라의 서예인을 찾아가겠다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뒤이어 일본국제서도교류협회의 데라다 하쿠운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2014년에 한국인들과의 첫 교류를 이 문화원에서 실시한 지 9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술회했다.

데라다 이사장은 “그 동안 코로나 등 외국과의 교류는 물론 국내에서의 이벤트도 모두 중지됐다.”고 아쉬움을 기억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는 30회 이상 한국을 방문해 많은 서예가들과 교류했다면서 “억압됐던 시기를 넘어 최초로 교류를 이루었던 김종태 선생님과 재회하고 교류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라다 이사장은 "이러한 마음을 담아 이번 제 작품 역시 ‘초심을 잊지 말라’는 제목의 명언을 주제로 했다."고 언급했다.

일암 장학수서예가가 휘호를 쓰고 있다.
일암 장학수서예가가 휘호를 쓰고 있다.
치산 조성일교수가 퍼포먼스에 참여한 가운데 두 마리의 학을 소재로 자작품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치산 조성일교수가 퍼포먼스에 참여한 가운데 두 마리의 학을 소재로 자작품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이치가와 마사요시 서도인이 퍼포먼스에 참가해 휘호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오늘을 새로운 시작으로 일-한서예교류가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한 “우리 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한국과 교류해 오신 고바야시 긴스이 선생님도 오늘 갤러리를 찾아 주셨다.”고 소개했다.

데라다 이사장은 “고바야시 선생님의 스승이신 온치 슌요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한일 교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면 안된다."며 "계속해 나아가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상기했다.

그는 이에 “온치 선생님의 훌륭한 지도를 받은 수제자 고바야시 선생님에게도 가르침을 받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교류를 계속해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데라다 이사장은 “오늘날 세계 정세는 결코 좋지 않다.”고 전제한 뒤 “러-우전쟁이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상황처럼 슬프기 그지 없지만 전쟁의 끝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처럼 혼란한 세계 정세 속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 것은 바로 ‘이웃 나라’”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밖에 “‘서(書)’라는 양국 공통의 문화를 통해 민간인이 마음과 마음을 통해 이해하는 것은 반드시 미래의 평화에 기여한다”며 “부디 앞으로도 오랜 기간 교류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동영상=오사카한국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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